비 내리는 밤거리, 극장 간판 앞으로 은빛 스포츠카가 빛의 궤적을 남기며 지나가는 레트로 잉크 일러스트

백 투 더 퓨처, 2년 늦게 도착한 1987년 여름 극장가의 기억

1987년 7월, 무더위가 한풀 꺾이지 않은 저녁 극장가. 매표소 창 앞으로 줄이 늘어서 있고, 간판에는 낯선 표기 하나가 걸려 있었습니다. ‘빽 투 더 퓨쳐’. 은색 자동차 한 대가 시간을 가르며 날아가는 그림 아래, 사람들은 표를 사려고 한참을 기다렸습니다. 미국에서는 이미 1985년 7월에 개봉해 그해 최고 흥행작 자리에 오른 영화였습니다. 로버트 저메키스가 감독을 맡고 마이클 J. … 더 읽기

보름달이 뜬 밤, 담장에 기대 세워진 자전거와 다락방 창문의 따뜻한 불빛이 있는 골목 풍경 일러스트

이티는 왜 개봉하기도 전에 온 국민이 다 아는 영화가 됐을까

1984년 초여름, 극장 매표소 앞으로 아이 손을 꼭 붙든 부모들이 줄지어 서 있던 풍경이 있었습니다. 표를 사려는 줄 치고는 유난히 아이들 목소리가 컸습니다. 매표구 창 너머로 어른들이 몇 번이고 인원수를 다시 세는 동안, 아이들은 벌써 포스터 앞에 붙어 손가락으로 그 못생긴 얼굴을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그 자리에 걸린 영화는 쭈글쭈글한 외계 생명체가 지구 소년과 친구가 되는 … 더 읽기

쌍절곤을 휘두르는 무술가의 뒷모습 실루엣, 어두운 밤거리를 배경으로 한 레트로 잉크화

정무문, 이소룡을 떠나보내고 일주일 만에 마주한 그 영화

1973년 7월 말, 서울 시내 극장 앞으로 유난히 긴 줄이 늘어섰습니다. 사람들 손에는 신문이 하나씩 들려 있었고, 표를 사려는 이들은 서로 밀치며 매표구 쪽으로 몸을 기울였습니다. 그 신문 한켠에는 며칠 전 홍콩에서 한 배우가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 실려 있었습니다. 정무문(精武門)은 1972년 3월 홍콩에서 먼저 개봉한 골든하베스트 제작 영화로, 이소룡의 두 번째 주연작입니다. 세경흥업이 수입해 … 더 읽기

야간 거리에서 비틀거리는 자세로 높은 발차기를 날리는 무술가의 역동적인 모습, 세피아톤 먹선화 일러스트

취권, 국도극장 한 곳에서 6개월을 채운 성룡의 코믹 액션

서울 국도극장 매표소 앞으로 아침부터 줄이 끊이지 않던 때가 있었습니다. 스크린 하나뿐인 단관 극장이었는데도, 1979년 9월 개봉한 취권은 그 극장에서만 무려 6개월을 채우며 90만 명 가까운 관객을 끌어모았습니다. 매표소 앞 긴 줄, 암표까지 등장한 풍경 개봉 초반부터 국도극장 앞은 이른 아침부터 표를 구하려는 사람들로 붐볐습니다. 이른 새벽부터 줄을 서는 사람들도 있었고, 그마저도 금세 매진되는 날이 … 더 읽기

노을 진 서부 벌판을 말을 타고 멀어져가는 카우보이의 뒷모습 실루엣 — 1970~80년대 영화잡지 인쇄 삽화 스타일 일러스트

셰인, 노을 진 산등성으로 사라진 카우보이의 뒷모습

저물녘 노을을 등지고 말 한 마리가 천천히 멀어져 갑니다. 그 뒤를 따라 소년이 목이 터져라 이름을 부르지만, 사나이는 뒤돌아보지 않은 채 산 너머로 사라집니다. 명화극장 브라운관 앞에 앉아있던 사람들도 그 소년처럼 화면을 향해 손을 뻗고 싶었을 장면이었습니다. 영화 제목은 셰인. 1953년 파라마운트에서 제작한 이 서부극은 국내에 1956년 11월 2일 단성사를 통해 처음 소개됐고, 이후 MBC(1984년 … 더 읽기

비 내리는 홍콩 밤거리에서 권총을 든 채 등을 맞대고 선 두 여형사의 실루엣, 네온사인이 청록빛과 붉은빛으로 반사되는 젖은 도로 — 1980년대 홍콩 액션영화 느와르 잉크 코믹 스타일 일러스트

예스마담, 스턴트 없이 직접 싸운 양자경의 데뷔작

극장 스크린 속에서 주먹을 날리는 건 늘 남자들의 몫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달랐습니다. 정장 차림의 여자 형사가 스턴트맨 없이 직접 몸을 던져 싸우는 장면에, 객석 여기저기서 술렁이는 소리가 났습니다. 영화 제목은 예스마담, 원제는 황가사저(皇家師姐)였습니다. 1985년 홍콩에서 만들어져 국내에는 1986년 7월 19일 개봉했습니다. 연출은 원규(코리 유엔 콰이), 제작은 홍금보가 맡았습니다. 원제 황가사저를 그대로 풀면 ‘왕실 소속 … 더 읽기

백화점 쇼윈도 너머로 우아하게 서 있는 여성 마네킹을 바라보는 남자의 뒷모습, 따뜻한 조명과 도시 야경 반사 — 1980년대 로맨스 무드의 느와르 코믹 스타일 일러스트

마네킹, 그 시절 남학생들은 왜 킴 캐트럴에 빠졌을까

백화점 쇼윈도 안, 마네킹 하나가 조용히 눈을 떴습니다. 인형처럼 서 있던 그 얼굴에 표정이 스치는 순간, 스크린 앞에 앉아있던 중고생들의 눈도 함께 커졌습니다. 고대 이집트에서 건너온 영혼이 마네킹의 몸을 빌려 되살아난다는, 그때까지 본 적 없는 설정이었습니다. 영화 제목은 ‘마네킹’. 1987년 2월 미국에서 개봉해 그해 국내 극장에도 걸린 로맨틱 코미디였습니다. 제작비는 790만 달러 안팎으로 크지 않았지만, … 더 읽기

비 내리는 밤 거리에 서 있는 갑옷 차림 로보캅의 실루엣, 가슴에 빨간 경고등 빛, 청록빛 네온간판 거리 배경 — 1980년대 느와르 코믹 스타일 일러스트

로보캅은 왜 국내 극장에서 13분이 잘려나갔을까

1987년 12월, 한 해가 저물어가던 겨울 극장가에 은빛 갑옷을 입은 경찰이 걸어 들어왔습니다. 총알을 맞아도 쓰러지지 않고, 표정도 거의 없이 범죄자를 쫓는 그 모습은 3년 전 극장을 휩쓸고 간 로봇과는 또 다른 종류의 위압감을 풍겼습니다. 은색 갑옷 위로 스치는 조명 하나에도 극장 안이 술렁였습니다. 같은 로봇이라도 사이보그와는 결이 달랐습니다. 뼈대가 그대로 드러나는 기계가 아니라, 매끈한 … 더 읽기

붉은 사이보그 눈빛이 빛나는 가죽재킷 차림 남자의 뒤모습, 어두운 공장 배경 — 1980년대 느와르 코믹 스타일 일러스트

터미네이터, 그 겨울 우리는 왜 가죽재킷에 선글라스를 썼을까

1984년 12월, 한 해를 마무리하던 그 겨울 극장가에 낯선 영화 한 편이 걸렸습니다. 뼈대만 남은 얼굴에 눈이 붉게 빛나는 로봇이 미래에서 온다는 이야기였는데, 그때까지 본 어떤 SF 영화와도 결이 달랐습니다. 포스터 한 장만으로도 뭔가 심상치 않은 영화라는 인상을 풍겼습니다. 영화 제목은 ‘터미네이터’. 미국에서 개봉한 지 두 달 만에 국내에도 걸린, 오리온 픽처스 배급작이었습니다. 대작으로 홍보되지도, … 더 읽기

비에 젖은 밤거리를 걷는 바바리코트 뒷모습, 손에 켜진 성냥불 — 80년대 느와르 코믹 스타일 일러스트

바바리코트 신드롬, 정말 영웅본색 때문이었을까

겨울 초입의 거리에서, 긴 바바리코트 깃을 세운 남자들이 하나둘 눈에 띄기 시작한 게 아마 1987년 무렵이었을 겁니다. 선글라스를 쓰고, 담배도 아닌 성냥개비 하나를 입에 문 채였습니다. 그 모습의 출처는 극장이었습니다. 그해 5월 23일 국내 개봉한 홍콩 영화 영웅본색. 개봉 당시엔 극장이 텅텅 비었는데, 재개봉관과 동시상영관을 몇 바퀴 도는 사이 입소문이 붙어 뒤늦게 역주행한 영화입니다. 텅 … 더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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