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먼지 날리는 운동장에서 국민학교 아이들이 초록색 커다란 공을 함께 밀며 반환점을 도는 장면, 배경에 만국기와 관중 — 1970~80년대 가을 운동회 실사 스타일

공굴리기, 커다란 공 하나에 반 전체가 매달렸던 이유

반환점 팻말 앞에서, 몸통보다 큰 공 하나가 휘청거리며 옆으로 빠지려 했습니다. 앞서 밀던 아이들이 우르르 반대쪽으로 달려가 매달렸고, 공은 잠깐 멈칫하다 다시 엉뚱한 방향으로 굴러갔습니다. 그 몇 초의 우왕좌왕이야말로 공굴리기라는 종목의 진짜 얼굴이었습니다. 공굴리기는 지름 1미터 안팎의 커다란 공을 반 전체가 밀고 굴려 정해진 코스를 돌아오는 국민학교 운동회의 단체 종목이었습니다. 공은 종이나 비닐로 만들어졌고, 승부는 … 더 읽기

1980년대 자동차 안에서 카폰 수화기로 통화하는 남성, 실사 다큐멘터리 사진 스타일

카폰과 SH-100, 그 시절 이동전화는 어떻게 달랐을까

동네에 자가용을 가진 집은 한 집뿐이었다. 그 집 아버지가 운전석 옆으로 손을 뻗어 뭔가를 들어 올리면, 골목에서 고무줄놀이를 하던 아이들도 하던 걸 멈추고 그쪽을 쳐다봤다. 차 안에 붙박인 검은 상자에서 뽑아낸 수화기, 그게 그 시절 ‘카폰’이었다. 1984년 5월, 한국이동통신서비스(현 SK텔레콤)가 개통한 카폰은 차량에 고정 설치하는 무선전화였다. 단말기값에 설치비와 전신전화채권 구입비까지 더하면 초기 비용이 400만원 안팎, … 더 읽기

1980년대 한국 골목, 아버지가 웃통을 걷고 소형 승용차를 세차하는 동안 어머니와 두 아이가 옆에서 웃으며 지켜보는 모습 — 따뜻한 필름톤의 실사 사진

포니2, 그 시절 우리 집에도 자동차가 생기던 날

토요일 아침, 골목 어귀에 낯선 차 한 대가 서 있었습니다. 아버지가 그 앞에 서서 담배를 태우며 웃고 있었고, 옆집 아이들이 하나둘 몰려와 차체를 손바닥으로 쓸어보고 있었습니다. 1982년 2월, 현대자동차는 기존 포니의 얼굴을 바꾼 포니2를 내놓았습니다. 첫 판매 가격은 347만 1천 원, 그해 국내 승용차 판매의 67퍼센트를 포니1과 포니2 두 모델이 나눠 가졌습니다. 숫자로만 보면 그저 … 더 읽기

강당 무대 위에서 색동한복을 입고 쥘부채를 든 아이들이 부채춤을 추는 모습, 배경에 지켜보는 부모님들의 실루엣 — 1970~80년대 학예회·재롱잔치 실사 스타일

부채춤, 학예회 무대 위에서 가장 떨리던 몇 분의 색동

강당 뒤편 커튼 너머로, 색동저고리를 입은 아이가 쥘부채 손잡이를 두 손으로 꼭 쥐고 서 있습니다. 스피커에서 국악 반주가 흘러나오기 시작하면, 담임 선생님이 등을 톡톡 두드리며 순서를 알려줍니다. 커튼이 걷히고 조명이 켜지는 그 몇 초, 무대 아래 가득 찬 학부모석에서는 이미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고 있었습니다. 부채춤은 무용가 김백봉이 1954년 창작해 발표한 신무용 계열 창작무용입니다. 궁중무용과 무속 … 더 읽기

흙먼지 날리는 운동장에서 국민학교 아이들이 한 줄로 늘어서 밧줄을 온몸으로 당기는 줄다리기 경기 장면, 뒤로 만국기와 관중들 — 1980년대 가을 운동회 실사 스타일

국민학교 운동회 줄다리기, 그 팽팽했던 몇 초는 왜 그리 길었을까

양쪽에서 팽팽하게 당겨진 밧줄 한가운데, 빨간 리본이 파르르 떨렸습니다. 발뒤꿈치를 흙 속에 박고 상체를 뒤로 젖힌 아이들 뒤로, 반 전체가 한 줄로 늘어서서 “영차, 영차”를 외쳤습니다. 리본이 어느 한쪽 선을 넘어가는 그 몇 초 사이에, 오전 내내 쌓인 반의 자존심이 걸려 있었습니다. 줄다리기는 국민학교 가을 운동회마다 반 대항으로 치러지던 종목이었습니다. 두 줄을 하나로 이어 잡고, … 더 읽기

흙먼지 운동장에서 장대에 매달린 박이 터지며 색종이가 쏟아지는 순간, 평상복을 입은 아이들이 콩주머니를 던지고 있는 모습, 배경에 만국기와 학교 건물 — 1970~80년대 국민학교 가을 운동회 실사 스타일

박 터뜨리기, 그 안의 색종이가 혼분식을 외치던 사연

운동장 한가운데 세운 장대 끝에, 한지를 발라 만든 커다란 박 두 개가 대롱대롱 매달려 있습니다. 청군과 백군으로 나뉜 아이들이 그 아래 흩어진 콩주머니를 하나둘 주워 듭니다. 신호탄이 울리자마자 수십 개의 콩주머니가 동시에 하늘로 날아오릅니다. 몇 번의 빗맞음 끝에, 마침내 한쪽 박이 크게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박 터뜨리기는 대나무 소쿠리에 종이를 발라 박 모양으로 만든 다음 장대 … 더 읽기

먼지 날리는 운동장에서 청색 또는 백색 색천을 머리에 두른 아이들이 바톤을 주고받으며 달리는 계주 장면, 주변에서 응원하는 관중들 — 1980년대 국민학교 가을 운동회 실사 스타일

청백계주, 운동회의 승패를 갈랐던 마지막 함성

운동장 확성기에서 “다음은 마지막 종목, 청백계주가 있겠습니다”라는 안내가 나오면 응원석 분위기가 순식간에 달라졌습니다. 그때까지 흩어져 있던 아이들도 트랙 가까이 몰려들었고, 바통 하나에 그날 운동회 전체의 승패가 걸려 있었습니다. 선생님들도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트랙 쪽을 바라봤습니다. 바통 하나에 걸린 오전 내내의 점수 운동회 오전 동안 아이들은 달리기, 공굴리기, 박 터뜨리기 같은 여러 종목에서 조금씩 점수를 … 더 읽기

흙먼지 운동장에서 흰 체육복을 입은 아이들이 줄을 맞춰 서서 공중으로 곤봉을 들고 동작을 맞추는 거대한 대형 모습, 배경에 만국기와 학교 건물 — 1980년대 국민학교 가을 운동회 실사 스타일

곤봉체조, 수백 명이 하나처럼 움직이던 운동장의 순간

운동장 바닥에 그어진 하얀 선 위, 아이들이 줄지어 서서 신호를 기다립니다. 양손에는 짧은 나무 곤봉을 하나씩 아주 단단히 쥐고 있습니다. 확성기에서 음악이 흘러나오는 바로 그 순간, 수백 명이 일제히 동시에 팔을 뻗고 곤봉을 돌리기 시작합니다. 한 명이라도 박자를 놓치면 전체 대형이 순식간에 흐트러지는, 그야말로 숨죽인 긴장의 시간이었습니다. 이 종목의 이름은 곤봉체조. 가을 운동회마다 여러 학년이 … 더 읽기

만국기 걸린 흙먼지 운동장에서 아이 넷이 말이 되어 웅크리고 그 위에 올라탄 기수가 상대편을 향해 손을 뻗는 기마전 경기 장면 — 1980년대 국민학교 가을 운동회 실사 스타일

국민학교 운동회 기마전, 모자가 벗겨지던 순간의 함성

세 명이 다리를 얽어 만든 말 위에, 한 아이가 목말을 타고 올라섰습니다. 반대편에서 똑같은 모양의 팀이 흙먼지를 일으키며 다가왔습니다. 순간 두 기수의 손이 뒤엉켰고, 한쪽 모자가 하늘로 튕겨 나가자 운동장 전체가 함성으로 뒤덮였습니다. 이 종목의 이름은 기마전. 국민학교 가을 운동회마다 어김없이 등장하던 프로그램이었고, 아이들이 다른 어떤 순서보다 목을 빼고 기다리던 시간이었습니다. 몇 초 만에 승부가 … 더 읽기

짲으로 꿀 동채를 들고 색동 한복과 갓을 쓴 대장 두 명을 어깨 위로 태운 아이들, 뒤로 만국기 언덕과 학교 건물 — 1980년대 국민학교 가을운동회 차전놀이 실사 스타일

국민학교 운동회 차전놀이, 동채가 기울던 순간의 함성

운동장 한복판, 굵은 나무 기둥 두 개가 서로를 향해 밀려들었습니다. 그 위에 올라탄 대장의 몸이 휘청거릴 때마다 운동장을 둘러싼 아이들의 함성이 한층 커졌습니다. 흙먼지 사이로 청군과 백군의 깃발이 나부끼던 가을 오후였습니다. 평소엔 조용하던 운동장이 그날만큼은 마을 전체가 모인 것처럼 시끌벅적했습니다.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행진곡, 확성기를 든 선생님의 목소리, 그리고 그 사이를 뚫고 나오는 아이들의 함성까지 뒤섞이면 … 더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