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전화 박스 앞에서 동전을 쥔 직장인의 뒷모습, 1990년대 거리

삐삐가 울리면 왜 다들 공중전화 박스로 달려갔을까

허리춤에서 짧게 삑, 소리가 났습니다. 점심시간 직장 복도든 대학 앞 분식집이든, 누군가 벨트 쪽을 내려다보면 주변 사람들도 덩달아 제 허리를 더듬었습니다. 액정에 뜬 숫자를 확인한 사람은 동전부터 찾았고, 그다음 걸음은 거의 정해져 있었습니다. 가장 가까운 공중전화 박스였습니다. 삐삐라고 불린 무선호출기는 1982년 12월 15일 시험 호출이 울린 뒤 1983년부터 본격적으로 서비스가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처음부터 … 더 읽기

선풍기 앞에 모인 가족의 여름밤

선풍기 있는 집이 부러웠던 여름, 그리고 선풍기병이라는 괴담

거실 한가운데 놓인 선풍기 앞으로, 온 식구가 슬금슬금 모여 앉습니다. 누군가 손가락 하나를 날개 앞에 갖다 대고 “아~” 소리를 냅니다. 그 옆에서는 누가 먼저 앞자리를 차지하느냐를 두고 팔꿈치 싸움이 벌어집니다. 그 소란의 뿌리는 1960년 3월, 금성사가 설계 두 달 만에 완성한 국산 1호 선풍기 GS-12A(D-301)였습니다. 알루미늄 날개에 쇠파이프 몸통, 소비전력 35W짜리 이 기계 하나가 이후 … 더 읽기

1970년대 전파상 진열장의 컬러TV

국내 최초 컬러TV, 삼성이 아니라 아남산업이었던 이유

전파상 진열장 앞을 지나다 걸음을 멈춘 적이 있을 것이다. 흑백 화면 사이로 유독 색깔이 도는 텔레비전 한 대, 그 위에 붙은 낯선 이름표 “한국내쇼날”. 삼성도 금성도 아닌 그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은 이제 많지 않다. 국내 최초의 컬러TV는 1974년 1월, 아남산업이 일본 마쓰시타전기와 합작해 만든 합작사 한국내쇼날에서 생산한 CT-201이다. 흔히 삼성전자가 최초라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 기록은 … 더 읽기

탑로딩 비디오카세트리코더와 테이프

VCR 뚜껑을 열던 손끝, 명절날 그 집이 부러웠던 이유

명절 아침, 큰집 마루 한쪽에 놓인 네모난 상자 하나가 온 사촌들의 눈길을 붙잡았습니다. 어른들이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아이들은 그 상자 위 뚜껑을 만지작거리며 순서를 기다렸습니다. 국내 최초의 가정용 VCR은 삼성전자가 1980년 내놓은 SV-7700, 국내 최초의 전자식 VCR은 금성사가 1981년 선보인 GHV-8100이었습니다. 이 상자 하나가 명절날 그 집을 온 동네에서 가장 부러운 집으로 만들었습니다. 그 … 더 읽기

이어폰 한쪽씩을 나눠 낀 두 사람이 골목을 걷는 1980년대 워크맨 장면

워크맨 가진 아이와 없는 아이, 그 시절 교실 풍경은 어떻게 갈렸을까

버스 맨 뒷자리, 창문에 머리를 기댄 남학생 둘이 이어폰 한쪽씩을 나눠 낀 채 눈을 감고 있다. 한 명의 허리춤에는 은색 워크맨이 매달려 있고, 이어폰 줄은 목을 타고 내려와 가방끈에 칭칭 감겨 있다. 소니가 1979년 7월 일본에서 처음 내놓은 워크맨은 이후 10년 안에 삼성 마이마이, 아이와, 파나소닉 같은 이름과 함께 한국 교실과 버스 안 풍경을 통째로 … 더 읽기

안방에서 발재봉틀 앞에 앉은 여성의 뒷모습, 1970년대 집안 풍경

미싱 한 대가 소 한 마리 값이던 그 시절 혼수 풍경

안방 한쪽, 나무 상자 위에 앉아 발판을 밟던 어머니의 뒷모습을 기억하는 사람이 많을 겁니다. 드르륵드르륵, 리듬을 타듯 오르내리는 발판 소리 사이로 바늘이 옷감을 물고 나아갔습니다. 1960~70년대 재봉틀, 그러니까 미싱은 신부가 시집갈 때 챙기던 혼수품 1순위였고, 그 값은 소 한 마리 값에 맞먹었다고 전해집니다. 발판 하나를 밟는 힘과 리듬에 따라 바늘 속도가 미묘하게 달라졌습니다. 그 감각은 … 더 읽기

타자학원에서 타자기 치는 모습

두벌식 세벌식, 한글 타자기 자판은 어쩌다 갈렸을까

늦은 오후 동사무소 민원실, 유리 칸막이 너머로 따다닥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창구 안쪽 여직원의 손끝에서 은빛 지렛대가 튕겨 오르고, 종이 위로 글자가 한 자 한 자 박혔다. 1949년 안과의사 공병우가 세벌식 한글 타자기를 처음 세상에 내놓은 뒤로, 1969년 정부가 국무총리 훈령 제81호로 표준 자판을 정하기까지, 한글은 스무 해 가까이 자판 위에서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었다. 그 … 더 읽기

1970년대 한국 거실, 나무 캐비닛 전축 앞에 모여 앉아 레코드를 듣는 가족의 모습 — 따뜻한 필름톤의 실사 사진

전축 앞에 모이던 저녁, 그 시절 거실은 왜 특별했을까

저녁상을 물리면 아버지는 전축 스위치를 올려 진공관을 예열하고, 바늘을 앞판에서 조심스레 들어 첫 곡의 홈 위에 얹었습니다. 거실 한켠, 나무 캐비닛 안에 든 그 육중한 물건 하나가 온 가족의 저녁을 채웠습니다. 1976년 무렵 웬만한 전축 한 대 값은 16만~18만 원 선이었고, 그해 과장급 공무원 월급이 11만 원대였다는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월급 두 달치를 훌쩍 넘는 … 더 읽기

1980년대 한국 거실, 온 가족과 이웃이 흑백TV 옆 새로 들인 컬러TV 앞에 모여 앉아 화면을 보는 모습 — 따뜻한 필름톤의 실사 사진

컬러TV, 흑백 안방에 모이던 그 시절을 바꿔놓다

저녁상을 물리고 나면 옆집 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슬리퍼를 끌고 마당을 가로질러 온 이웃들이 마루 끝에 걸터앉으면, 그 집 흑백TV 앞은 금세 자리가 모자랐다. 1980년 8월 2일, 정부가 컬러TV 국내 시판을 전면 허용하기 전까지 안방 화면은 온통 흑백이었다. 화면 속 사람 얼굴도, 하늘도, 옷 색깔도 회색 명암으로만 구분하던 시절이었다. 흑백 화면 앞에 모여 앉던 저녁 … 더 읽기

1980년대 한국 가정 부엌, 열린 냉장고 앞에 선 어머니와 두 아이가 냉장고 안을 들여다보는 모습 — 따뜻한 필름톤의 실사 사진

냉장고가 처음 들어오던 날, 그 시절 부엌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여름 저녁, 부엌 문턱에 파란 스티로폼 상자가 놓여 있었다. 얼음집에서 사 온 얼음덩이를 신문지에 싸서 넣고, 그 위에 밥과 반찬을 얹어두던 상자였다. 골목 끝 어느 집 마당에 냉장고가 처음 들어온 게 그 무렵이었다. 1965년 금성사가 국내 최초의 냉장고 GR-120을 내놓았지만, 3년이 지난 1968년에도 전국 보급 대수는 5만 대, 600가구에 한 대꼴이었다. 냉장고 한 대가 있고 … 더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