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식 비처럼 음악처럼 시대 이미지

김현식, 그 허스키한 목소리가 남긴 짧은 전성기

늦은 밤 라디오 다이얼을 돌리다 문득 걸걸하고 갈라진 목소리가 흘러나오면, 손을 멈추고 볼륨을 한 칸 더 올리던 순간이 있었습니다. 그 목소리의 주인공이 김현식이었습니다. 1980년 1집으로 데뷔해 1986년 3집 ‘비처럼 음악처럼’으로 30만 장 넘게 팔리는 대히트를 기록했고, 지병으로 1990년 서른두 살에 세상을 떠난 가수입니다. 다방 스피커 사이로 퍼지던 그 목소리 1980년, 김현식의 이름이 처음 음반 크레딧에 … 더 읽기

가을밤 라디오와 턴테이블 실루옷

이용 ‘잊혀진 계절’, 해마다 10월 31일 라디오가 기억하는 노래

라디오 볼륨을 무심코 높인 순간, 낮은 전주 몇 마디만으로 계절이 바뀐 걸 느낀 적이 있을 겁니다. 시월 마지막 날 저녁, 어디선가 꼭 한 번은 흘러나오는 노래. 이용의 ‘잊혀진 계절’입니다. 1982년 2월 발표된 이 곡은 박건호가 가사를, 이범희가 곡을 쓰고 이용이 불러 그해 가요대상과 최고인기가요상을 안겼습니다. “시월의 마지막 밤을”로 시작하는 첫 소절 하나 때문에, 이 노래는 … 더 읽기

윤수일 아파트 네온 시티팝 스타일 대표이미지

윤수일 아파트, 10분 만에 완성된 그 시절 노래 한 곡

밤 열 시, 아파트 단지 놀이터 옆 평상에 라디오를 올려놓고 주파수를 맞추던 손이 있었다. 스피커에서 낯선 기타 전주가 흘러나오기 시작한 게 1982년 여름 어디쯤이었을 것이다. 그 노래가 바로 윤수일의 ‘아파트’였다. 윤수일이 직접 작사·작곡한 아파트는 1982년 6월 30일 발매된 《윤수일 BAND 2집》의 타이틀곡으로, 4분 6초 길이의 록 넘버다. 별빛이 흐르는 다리를 건너는 첫 소절과 투박한 기타 … 더 읽기

최백호 낭만의 밤 다방 풍경

최백호 ‘낭만에 대하여’, 나이 들수록 사무치는 이유

경양식집 스피커에서 낮고 허스키한 목소리가 흘러나오면, 돈가스를 썰던 손이 잠깐 멈추곤 했습니다.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최백호. 1950년 부산에서 태어나 1976년 제대 뒤 부산 음악살롱 무대를 전전하다, 가수 하수영의 눈에 띄어 이듬해 ‘내 마음 갈 곳을 잃어’로 이름을 알렸습니다. 그날의 저음은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부르는 노래가 늘었을 뿐입니다. 라디오 볼륨을 낮게 틀어놓은 자취방, 스피커 … 더 읽기

박정운 오늘 같은 밤이면 라디오 카세트 테이프

박정운, 오늘 같은 밤이면이 흐르던 그 시절 라디오의 밤

밤 열두 시가 다 되어가는 방, 이불 속에 라디오를 끌어안고 볼륨을 최대한 낮춘 채 주파수를 맞추던 손끝이 떠오릅니다. 스피커에서 기타 전주가 흘러나오면 그제야 이불을 걷고 몸을 일으켜 카세트 녹음 버튼을 눌렀습니다. 박정운의 오늘 같은 밤이면은 1990년 그의 2집 타이틀곡으로 발표됐고, 이듬해부터 라디오 심야 프로그램의 단골 신청곡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노래 하나가 방 안 공기를 바꿔놓을 수 … 더 읽기

올림픽 경기장에서 손을 맞잡는 그림자

코리아나 손에 손잡고, 88올림픽이 온 세계를 울린 순간

1988년 9월 17일 아침, 온 가족이 텔레비전 앞에 모여 앉았습니다. 학교는 임시 휴교였고, 거리는 이상할 만큼 한산했습니다. 화면 속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울려 퍼진 노래가 손에 손잡고였습니다. 이탈리아 작곡가 조르조 모로더가 곡을 쓰고 그룹 코리아나가 부른 이 노래는 제24회 서울올림픽의 공식 주제가였습니다. 텔레비전이 귀했던 집에서는 이웃까지 모여 앉아 같은 화면을 봤습니다. 낯선 이름의 노래가 나오자 … 더 읽기

통기타 포크 시절 풍경

송창식, 통기타 하나로 채운 무교동 음악감상실의 그 시절

무교동 뒷골목, 좁은 계단을 내려가면 담배 연기와 기타 줄 튕기는 소리가 뒤섞여 있었습니다. 스무 살 남짓한 청년 하나가 통기타를 무릎에 얹고 낮은 목소리로 노래를 시작하면, 좁은 홀 안이 순식간에 조용해지곤 했습니다. 송창식은 1968년 윤형주와 함께 트윈폴리오를 결성해 통기타 듀오로 가요계에 나섰고, 1975년 발표한 고래사냥과 왜 불러로 한 해 동안 가요계를 사실상 장악했습니다. 무교동 골목의 기타 … 더 읽기

글렌 메데이로스와 엘자의 라디오 듀엣

글렌 메데이로스와 엘자의 프랑스어 듀엣, 왜 낯설지 않았을까

라디오 다이얼을 돌리다 보면 늘 같은 목소리가 걸렸다. 하와이 출신 청년의 미성으로 “Nothing’s Gonna Change My Love For You”가 흘러나오면, 그다음엔 무슨 곡이 나올지 다들 대충 짐작했다. 그런데 어느 밤, 같은 목소리에 낯선 언어가 섞여 들어왔다. 영어도 아니고, 그렇다고 완전히 알아들을 수 없는 것도 아닌, 프랑스어였다. 그 목소리의 주인은 글렌 메데이로스였다. 곡은 프랑스 가수 엘자와 … 더 읽기

피아노 건반과 손글씨 악보, 펜 한 자루가 놓인 장면을 인디고·실버 네온 톤으로 담은 1980년대 시티팝 스타일 일러스트

유재하, 단 한 장의 앨범이 남긴 그 시절의 목소리

1987년 여름, 서울스튜디오. 헤드폰을 고쳐 쓴 스물다섯 청년이 건반 위에 손을 얹는다. 녹음테이프가 도는 동안 그는 피아노와 신시사이저, 현악 파트까지 앨범 대부분의 소리를 혼자 채워 넣고 있었다. 이 노래들은 그 자신의 이야기에서 나왔다고 전해진다. 누구를 그리며 썼는지, 어떤 이별을 지나며 썼는지는 정확히 남아 있지 않지만, 가사 곳곳에 담긴 감정의 결만큼은 지금 들어도 낯설지 않다. 그해 … 더 읽기

전자기타와 앰프, 드럼 스틱이 놓인 밴드 연습실과 창밖 도시 스카이라인이 어우러진 딥레드·차콜 네온의 1980년대 시티팝 스타일 일러스트

산울림 vs 샌드페블즈, ‘나 어떡해’는 누구의 노래였을까

1977년 12월, 서울 어느 레코드 가게 진열대에 낯선 재킷 하나가 놓였다. 표지에는 세 형제의 이름 대신 “산울림”이라는 낯선 밴드명만 적혀 있었다. 턴테이블에 판을 올리고 첫 트랙이 흘러나오는 순간, 라디오에서 늘 듣던 가요와는 완전히 다른 리듬이 방 안을 채웠다고 그 시절을 기억하는 이들은 말한다. 산울림은 김창완, 김창훈, 김창익 삼형제가 1977년 결성한 록 밴드다. 맏형 김창완이 기타와 … 더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