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경찰서 사무실에서 손수건을 든 채 창밖을 보는 형사의 뒷모습, 안방극장풍 유화 일러스트

수사반장, 온 가족이 범인을 추리하던 저녁은 왜 특별했을까

저녁상을 물리고 나면 온 식구가 약속이나 한 듯 텔레비전 앞으로 모여들었다. 누군가 “이번엔 누가 범인일까” 하고 운을 떼면, 옆에서 밥그릇을 치우던 손도 잠깐 멈췄다. 1971년 3월 6일 MBC에서 첫 방송을 시작한 수사반장은 1989년 10월 12일까지 이어지며 총 880회, 순간 시청률 70%를 넘나든 국내 최초의 실화 수사극이었다. 수사반장이 처음 안방에 들어온 순간 1971년 봄, 흑백 화면 … 더 읽기

저녁 노을 지는 농촌 집, 빛나는 텔레비전 앞에 둘러앉은 가족을 그린 유화 일러스트

전원일기, 22년간 화요일 저녁을 지킨 양촌리 사람들

화요일 저녁 8시가 가까워지면 밥상을 물리던 손이 빨라지는 집이 있었습니다. 설거지는 광고가 나올 때 몰아서 해도 늦지 않았고, 채널을 두고 다투는 일은 그 시간만큼은 없었습니다. 1980년 10월 21일 밤, MBC가 첫 회를 내보낸 농촌 드라마 전원일기입니다. 2002년 12월 29일까지 22년, 1088회 동안 방송되며 국내 제작 드라마 가운데 가장 오래 이어진 작품으로 남았습니다. 안테나를 조금씩 돌려가며 … 더 읽기

박치기왕 김일, 레슬링 링 위 실루엣

김일, 박치기 한 방에 온 동네가 흑백텔레비전 앞으로 몰려들었다

토요일 저녁, 저녁 뉴스가 끝나갈 무렵이면 골목 끝 만화가게 앞이 먼저 웅성거렸다. 텔레비전이 있는 집 마당까지 사람들이 밀려들어 마루 밑에 쪼그려 앉고, 담장 너머로 고개만 내민 이웃도 화면 하나를 함께 봤다. 그 화면 한가운데 있던 사람이 김일이었다. 1929년 전남 고흥에서 태어난 그는 1963년부터 박치기를 필살기로 극동헤비급·아시아헤비급·WWA 세계헤비급 챔피언에 올랐고, 1960~70년대 한국 프로레슬링을 대표하는 얼굴이 됐다. … 더 읽기

빨간 그란 토리노와 골목

스타스키와 허치, 그 빨간 그란 토리노를 기억하시나요

골목 어귀에 세워둔 자전거를 형사차라 우기며, 손가락으로 총 모양을 만들어 친구를 겨누던 늦은 오후가 있었습니다. 텔레비전 안에서는 빨간 줄무늬가 그어진 자동차 한 대가 방금 막 사이렌도 없이 골목을 빠져나갔습니다. 스타스키와 허치는 1975년부터 1979년까지 미국 ABC에서 방영된 형사 드라마로, 국내에서는 KBS 2TV를 통해 더빙 방영되며 인기를 끌었습니다. 더빙판이 안방에 들어온 순간 양지운과 배한성. 이 두 이름이 … 더 읽기

밀림 속 정글 함성 실루엣

타잔이 남긴 정글 함성, 골목을 뒤흔든 그 시절 놀이

일요일 저녁, 골목 끝 만화방 앞에 삼삼오오 아이들이 모여 섰습니다. 문 안쪽 흑백텔레비전 화면에서 정글 나뭇가지 사이로 한 남자가 몸을 날리고, 화면 밖까지 새어 나오는 그 특유의 함성에 다들 숨을 죽였습니다. 밀림, 맹수, 덩굴을 타고 나는 사내 — 정글 액션물 타잔은 그렇게 주말 저녁 텔레비전을 통해 한국 아이들의 방과 후 놀이까지 바꿔놓은 외화였습니다. 정글에서 온 … 더 읽기

형사 콜롬보 바바리코트 뒷모습

형사 콜롬보, 그 구겨진 바바리코트는 왜 온 가족을 붙잡았을까

금요일 밤, 안방 형광등 아래 온 가족이 방석을 끌어다 놓고 앉는다. 화면 속 형사는 넥타이도 제대로 매지 않은 채 구겨진 바바리코트 자락을 끌며 현장을 어슬렁거린다. 손에는 늘 다 타들어가는 시가 한 대가 들려 있다. 형사 콜롬보는 미국 NBC에서 1971년부터 방영된 추리 드라마로, 한국에서는 1970년대 초 TBC를 거쳐 KBS를 중심으로 여러 차례 더빙 방영되며 안방극장의 단골 … 더 읽기

시골집 마당의 삐삐 실루엣 유화 삽화

말괄량이 삐삐, 그 시절 아이들은 왜 그토록 열광했을까

학교도 안 가고, 부모도 없고, 원숭이 한 마리와 말 한 마리를 데리고 빌라 빌레쿨라라는 낡은 집에 혼자 사는 소녀가 있었습니다. 힘은 장사여서 말을 번쩍 들어 올리고, 하고 싶은 말은 어른 앞에서도 다 하던 아이였습니다. 말괄량이 삐삐(원제 Pippi Långstrump)는 스웨덴 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동화를 바탕으로 1969년 스웨덴에서 TV 시리즈로 만들어져, 국내에는 1970년대 후반부터 더빙 방영되며 알려졌습니다. … 더 읽기

초원 위 마차와 통나무집 앞에 선 개척 가족의 뒷모습 — 로맨스 잡지풍 유화 일러스트

초원의 집, 그 시절 일요일 아침은 왜 그렇게 기다려졌을까

일요일 아침, 밥상 앞에 앉기도 전에 텔레비전부터 켜던 집이 있었습니다. 이불을 개다 말고 거실로 나와 화면 앞에 주저앉으면, 초록빛 들판을 가로질러 뛰어가는 자매와 낡은 통나무집이 펼쳐졌습니다. 초원의 집(원제 Little House on the Prairie)은 로라 잉걸스 와일더의 자전적 소설을 원작으로, 미국 NBC에서 1974년부터 1983년까지 9개 시즌 200편 넘게 방영된 드라마입니다. 통나무집 이야기가 우리 안방에 들어온 순간 … 더 읽기

브라운관 앞에 모여 앉은 가족의 뒷모습, 일요일 아침 거실 — 1970년대 로맨스 잡지풍 유화 일러스트

코스비 가족 만세, 그 시절 온 가족이 모여 웃던 일요일 아침

일요일 아침, 늦잠에서 덜 깬 채로 거실에 나오면 텔레비전은 이미 켜져 있었습니다. 화면 속에서는 미국의 어느 집 거실, 다섯 남매와 부모가 둘러앉아 시끌벅적 떠드는 장면이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코스비 가족 만세(원제 The Cosby Show)는 미국 NBC에서 1984년 9월부터 1992년 4월까지 8개 시즌 201부작으로 방영된 시트콤으로, 국내에는 1988년 KBS 2TV를 통해 더빙판으로 소개됐습니다. 일요일 아침, 채널을 맞추던 … 더 읽기

손전등을 든 요원의 뒷모습과 안개 낀 밤 숲 위에 떠 있는 UFO 실루엣 — 로맨스 잡지풍 유화 일러스트

엑스파일, 무명 배우 두 명이 안방극장을 사로잡은 8년

월요일 밤 11시, 안방 불은 꺼져 있었지만 텔레비전 화면만은 파랗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어린 동생은 이미 잠들었고, 형이나 누나만 이불을 뒤집어쓴 채 화면 앞에 붙어 있던 시간이었습니다. 그 시간에 KBS가 내보내던 드라마는 미국 FBI 요원 두 명이 초자연 현상을 뒤쫓는 이야기, 엑스파일이었습니다. 1993년 9월 미국 폭스(Fox)에서 처음 방송을 시작해 2002년까지 9개 시즌 202편이 이어진 이 드라마는, … 더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