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지는 교정, 빨간 컨버터블 옆에 선 두 남녀 — 1970~80년대 로맨스 잡지풍 유화 일러스트

베벌리힐스의 아이들, 일요일 오후 5시가 유독 설렜던 이유

일요일 오후, 밥상을 물리기도 전에 텔레비전 채널부터 돌리던 손이 있었습니다. 화면 가득 야자수와 수영장, 낯선 색의 사물함이 늘어선 복도가 펼쳐지면 그제야 자리를 잡고 앉았습니다. 미국 FOX에서 1990년 10월 4일 첫 방송된 베벌리힐스의 아이들(원제 Beverly Hills, 90210)은, 국내에서는 MBC를 통해 1990년대 초반 시즌 3까지 일요일 오후 5시 10분에 방영됐습니다. 일요일 오후, 처음 전파를 탄 순간 미네소타에서 … 더 읽기

노을 지는 앞마당 계단에 나란히 앉은 두 아이, 옆에는 자전거가 세워진 울타리 — 1970년대 로맨스 잡지풍 유화 일러스트

케빈은 12살, 그 소년의 열두 살은 왜 오래 남았을까

저녁상을 물리고 채널을 KBS2에 맞추면, 노란빛 화면 속에서 웬 아저씨 목소리가 조곤조곤 옛날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그해 나는 열두 살이었다.” 1991년 무렵 한국 안방에 도착한 미국 드라마 케빈은 12살은 그렇게 어른이 된 케빈이 자신의 열두 살을 되짚는 내레이션으로 매회를 열었습니다. 원제 The Wonder Years, 미국 ABC에서 1988년 1월부터 1993년 5월까지 6개 시즌 115부작으로 방영된 작품이었습니다. 슈퍼볼 … 더 읽기

사람 가면을 벗기자 드러난 도마뱀 외계인의 얼굴, 붉은 하늘 아래 떠 있는 거대한 외계 우주선들 — 1980년대 로맨스 잡지풍 유화 일러스트

브이(V), 도마뱀 외계인이 그 시절 담벼락에 남긴 V 사인

골목 담벼락에 스프레이로 삐뚤빼뚤 그린 알파벳 한 글자가 자꾸 눈에 밟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학교 담장에도, 공사장 가림막에도 커다란 V자가 하나둘 번져나갔습니다. 그 글자의 출처는 미국 NBC가 1983년 5월 내보낸 SF 미니시리즈 브이(V)였습니다. 거대한 모선 50척이 지구 곳곳에 나타나 첨단 기술을 나눠주겠다며 접근했지만, 정체는 인간을 식량으로 노리는 파충류 외계인이었습니다. 외계인이 처음 지구에 나타난 순간 세계 주요 … 더 읽기

두 팔을 교차해 팔찌로 빛줄기를 막아내는 여성의 모습, 허리에는 빛나는 황금 올가미 — 1970년대 로맨스 잡지풍 유화 일러스트

원더우먼은 왜 그 시절 여자아이들의 첫 영웅이 됐을까

골목 놀이터 한가운데서 한 아이가 두 팔을 X자로 교차시키고 제자리에서 빙그르르 돕니다. 몇 바퀴를 돌고 나면 표정부터 달라져야 했습니다. 원더우먼이 되는 순간이었으니까요. 원제 Wonder Woman은 1975년 11월 미국 ABC에서 파일럿으로 첫 방송됐고, 국내에는 1977년 무렵 동양방송(TBC)을 통해 소개됐습니다. 만화 속 캐릭터가 안방으로 들어오기까지 원더우먼은 텔레비전에서 처음 태어난 캐릭터가 아니었습니다. 1941년 미국 DC코믹스 만화로 먼저 등장해, … 더 읽기

노을 지는 거리를 가로지르는 여자의 역동적인 모습, 한손을 귀 가까이에 대고 귀에서는 희미한 빛이 감돈다 — 1970년대 로맨스 잡지 표지풍 유화 일러스트

소머즈, 오른쪽 귀 하나로 세상 모든 소리를 듣던 여자

친구가 몰래 속삭이는 말을 옆반 아이가 알아듣기라도 하면 누군가 이렇게 외쳤습니다. “야, 너 소머즈냐?” 1976년 MBC 전파를 타고 처음 방영된 이 드라마 한 편이, 청각 예민한 사람을 가리키는 별명 하나를 이렇게 오래도록 남겼습니다. 6백만불의 사나이에서 갈라져 나온 이야기 원제 The Bionic Woman은 미국에서 인기리에 방영되던 6백만불의 사나이의 스핀오프로 새로 만들어진 드라마입니다. 주인공 제이미 소머스는 원래 … 더 읽기

해질녘 골목길을 달리는 남자의 옆모습, 한쪽 눈에서 붉은빛이 감돌고 잔상이 남는 슬로우모션 장면 — 1970년대 로맨스 잡지 표지풍 유화 일러스트

6백만불의 사나이, 그 슬로우모션 효과음을 따라 하다 다치던 아이들

골목 옥상 난간 앞에서 한 아이가 자세를 잡습니다. 입으로는 “뚜뚜뚜뚜뚜뚜” 소리를 내며, 도약 자세로 몇 초를 버티다 뛰어내립니다. 6백만불의 사나이가 동양방송(TBC) 전파를 타던 그 시절, 골목마다 이런 장면이 드물지 않았습니다. 공사장 크레인을 맨손으로 들던 장면 이 드라마에서 가장 자주 반복된 장면 중 하나는 무거운 물체를 맨손으로 들어 올리는 순간이었습니다. 자동차, 바위, 심지어 작은 건설 장비까지 … 더 읽기

저녁 무렵 뒷골목을 질주하는 검은 밴과 폭발 화염, 임시 작업장에서 무기를 만드는 특공대원들의 실루엣 — 1980년대 유화풍 일러스트

A특공대, 고철 몇 개로 탱크를 만들어내던 월요일 밤

월요일 밤 열 시, 검은색과 회색이 섞인 밴 한 대가 폭발음과 함께 화면을 가로지릅니다. 총알이 빗발치듯 사방으로 날아다니는데도 이상하게 아무도 다치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그 묘한 긴장감에, 온 가족이 텔레비전 앞에 모여 앉았습니다. 제목은 A특공대. 원제 The A-Team은 미국 NBC에서 1983년부터 방영된 액션 드라마로, 국내에는 KBS 2TV를 통해 1987년 1월 26일부터 1988년 … 더 읽기

협곡 사이를 낮게 날아가는 검은색 공격헬기와 노을빛 하늘 — 1980년대 로맨스 잡지 유화 스타일 일러스트

출동! 에어울프, 토요일 오후 5시를 휘어잡던 검은 헬기

토요일 오후, 스피커에서 낮게 울리는 로터 소리와 함께 웅장한 신시사이저 선율이 흘러나오면 온 집안 아이들이 만사를 제쳐두고 텔레비전 앞으로 뛰어왔습니다. 검은 헬리콥터 한 대가 협곡 사이를 낮게 스치듯 날아가는 그 오프닝 장면, 그것 하나만으로도 이미 마음의 절반은 넘어간 셈이었습니다. 제목은 출동! 에어울프. 원제 Airwolf는 미국 CBS에서 1984년부터 방영된 액션 드라마로, 국내에는 MBC를 통해 1985년 10월 … 더 읽기

밤 도로에서 손목시계에 대고 말하는 남자의 실루엣과, 빨간 스캐너 불빛을 켜고 다가오는 검은 스포츠카 — 1980년대 로맨스 잡지 유화 스타일 일러스트

전격 Z작전, 손목시계에 대고 키트를 부르던 아이들

손목시계에 대고 낮은 목소리로 이름을 부르면, 저 혼자서 문을 열고 달려오는 검은 자동차. 그 장면 하나로 온 동네 남자아이들의 손목이 분주해졌습니다. 시계도 아닌 걸 손목에 차고 다니며 입을 갖다 대고 “키트, 이리 와”를 속삭이던 아이들이 한둘이 아니었습니다. 제목은 전격 Z작전. 원제는 나이트 라이더(Knight Rider)로, 미국 NBC에서 1982년 9월부터 1986년 4월까지 4개 시즌 90회에 걸쳐 방영된 … 더 읽기

범 코트 차림 여성이 어두운 골목에서 카메라를 들고 있는 뒤모습, 멀리 보이는 창문 불빛 — 스파이 로맨스 분위기의 유화 일러스트

특수공작원 아이언맨과 보니 타일러, 하나의 노래로 이어진 그 시절

일요일 오후 5시 50분, 저녁 준비하는 소리가 부엌에서 들려올 즈음이면 텔레비전 앞에 낯익은 전주가 흘렀습니다. 카메라를 든 여자와 트렌치코트 차림의 남자가 어두운 골목을 걷는 장면 위로,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은 팝송이 깔렸습니다. 그 드라마 제목은 ‘특수공작원 아이언맨’이었습니다. MBC가 일요일 오후 더빙 외화로 편성한 작품인데, 성우 박기량이 남자 주인공의 목소리를 맡았습니다. 원제는 ‘커버 업’, 제목은 왜 … 더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