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방구 진열장의 로봇 프라모델 상자들과 책상 위 조립 도구를 그린 1980년대 셀 애니메이션 스타일 일러스트

프라모델, 용돈 모아 로봇을 조립하던 그 시절 문방구

문방구 유리 진열장 앞에 쪼그려 앉아 백원짜리 동전을 세고 또 세던 아이가 있었습니다. 진열장 안에는 로봇 모양 상자들이 나란히 서 있었고, 마음에 둔 상자 하나를 손끝으로 가리키며 얼마인지 묻는 게 그날의 가장 중요한 용무였습니다. 프라모델은 1969년 서울 돈암동의 한 살림집 마당에서 시작됐습니다. 미군 부대에서 흘러나온 플라스틱 모형을 취미로 만들던 김순환 씨가 교편을 내려놓고 아카데미과학을 차린 … 더 읽기

문방구 진열대의 코카콜라 요요와 운동장

코카콜라는 어떻게 요요 하나로 운동장을 접수했을까

쉬는 시간 종이 울리자마자 몇몇 아이들이 운동장 한쪽으로 몰려나갔다. 누군가 요요 줄을 검지에 걸고 팔을 내리꽂자, 빨간 요요가 바닥까지 쭉 내려갔다가 손바닥으로 다시 튀어 올라왔다. 코카콜라는 1980년대 초반 자사 로고가 박힌 요요를 사은품으로 뿌리며 전국 단위 경연대회까지 열었고, 국민학교 운동장은 한동안 그 요요 하나로 들썩였다. 문방구 진열대를 채운 빨강, 초록, 주황 흰색 몸통에 빨간 뚜껑을 … 더 읽기

소년중앙 잡지와 완구 부록이 있는 그 시절 풍경

소년중앙, 부록 하나로 온 동네 아이들을 설레게 한 그 시절

학교 앞 서점 유리문을 밀고 들어서면, 계산대 옆 나무 진열대에 두툼한 책 하나가 다른 책들보다 먼저 눈에 들어왔다. 표지 색이 유독 산뜻했고, 옆구리가 두꺼웠다. 그 두께의 절반은 본책이 아니라 부록이었다. 소년중앙은 1969년 1월 중앙일보사가 창간해 1994년 9월까지 매달 나온 어린이 월간지로, 새소년·어깨동무와 함께 그 시절 3대 어린이 잡지로 불렸다. 표지를 넘기기도 전에 옆구리부터 확인하는 아이들이 … 더 읽기

노을 골목을 달리는 실루엣

달려라 하니, 88올림픽 앞에서 국산 애니메이션은 왜 육상을 택했을까

토요일 저녁 여덟 시가 가까워지면 골목 평상마루로 아이들이 하나둘 모여들었습니다. 마당 한쪽에 놓인 텔레비전 앞자리를 서로 차지하려고 실랑이를 벌이다가도, 화면이 켜지는 순간만큼은 다들 조용해졌습니다. 채널은 이미 2번에 맞춰져 있었습니다. 달려라 하니는 1988년 8월 15일부터 그해 11월 20일까지 KBS 2TV에서 방영된 13부작 애니메이션으로, 국내에서 처음으로 정규 편성돼 방송된 국산 TV 애니메이션 시리즈라는 기록을 남겼습니다. 보물섬 표지 … 더 읽기

부루마불 주사위와 게임말

부루마불, 정말 모노폴리를 몰래 베낀 게임이었을까

명절 아침 세배가 끝나면 거실 상 위에 초록색 판이 펼쳐졌습니다. 주사위 두 개, 종이돈 뭉치, 그리고 서울·도쿄·파리·뉴욕이라고 적힌 작은 칸들. 1982년 5월 어린이날, 씨앗사가 내놓은 보드게임 부루마불은 이후 몇 년 사이 명절과 방학마다 온 가족이 밤늦도록 둘러앉게 만든 물건이 됐습니다. 텔레비전을 끄고 상 하나를 다 차지한 채, 사촌들과 어깨를 맞대고 앉아 있던 그 저녁을 기억하는 … 더 읽기

어두운 거실에서 TV 불빛을 바라보는 소녀 실루엣과 반짝이는 마법봉, 복고풍 셀애니메이션 일러스트

요술공주 밍키, 목요일 저녁을 기다리게 한 변신과 그 결말

목요일 저녁 여섯 시, 골목에서 고무줄놀이를 하던 여자아이들이 하나둘 손을 놓고 집으로 뛰어 들어갔습니다. 대문 앞에서 신발을 벗어 던지듯 벗고 방으로 달려가면, 텔레비전 화면엔 분홍 머리 소녀가 지팡이를 휘두르고 있었습니다. 요술공주 밍키. KBS 2TV가 1983년 3월 25일부터 1984년 5월 17일까지 매주 목요일에 내보낸 이 일본 애니메이션은, 국내에 마법소녀라는 장르 자체를 처음 각인시킨 작품으로 꼽힙니다. 꿈의 … 더 읽기

오래된 극장 앞에 늘어선 아이들 실루엣과 노을 속에 우뚝 선 거대 로봇 실루엣 — 1980~90년대 셀 애니메이션 스타일 일러스트

로보트 태권브이, 극장 앞 아이들을 줄 세운 그 여름

매표소 앞으로 아이들이 꼬리를 물고 늘어서 있었습니다. 방학을 맞은 초등학생들이 대부분이었고, 손에는 아버지나 형에게서 받은 꼬깃꼬깃한 지폐 한 장이 쥐어져 있었습니다. 극장 문이 열리기도 전에 로봇 머리 모양 전단지가 손에서 손으로 넘어갔습니다. 로보트 태권브이는 1976년 7월 24일 김청기 감독의 손으로 서울 대한극장과 세기극장 스크린에 처음 걸렸습니다. 한국 최초의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그해 여름 … 더 읽기

어두운 컴퓨터실에서 조이스틱과 키보드를 함께 쥔 아이들의 뒷모습과 폭발 모양의 원색 빛 -- 1990년대 셀 애니메이션 스타일 일러스트

봄버맨은 왜 오락실보다 컴퓨터실에서 더 인기였을까

컴퓨터실 구석 자리, 두 대의 재믹스가 나란히 놓여 있고 그 앞에 아이 넷이 붙어 앉습니다. 화면 안에서는 동글동글한 로봇이 폭탄을 내려놓고 냅다 도망칩니다. 폭발이 벽돌을 부수는 순간, 옆자리 친구가 그 틈으로 뛰어들었다가 자기가 놓은 폭탄에 휘말려 나가떨어집니다. 허드슨소프트가 1983년 내놓은 이 게임은 이후 오락실 기판, 가정용 게임기, 컴퓨터실 겸용 게임기를 두루 오가며 한국 아이들 사이에 … 더 읽기

문방구 진열창 앞에서 표지 없는 만화잡지 더미와 농구공을 바라보는 소년의 뒷모습, 초록빛 조명이 도는 골목 풍경 — 1980~90년대 셀 애니메이션 스타일 일러스트

소년챔프, 슬램덩크 하나로 아이큐점프를 뒤집은 사연

서점 진열대에 낯선 초록 표지 하나가 끼어든 건 1991년 12월이었다. 옆자리엔 이미 자리를 잡은 아이큐점프가 있었다. 애니메이션 제작·수입을 하던 대원동화가 12월 5일 처음 펴낸 주간 만화잡지 소년챔프는, 제호부터 아이큐점프를 정면으로 겨냥한 후발주자였다. 만화 시장에 처음 발 들인 애니메이션 회사 대원동화는 원래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수입하던 회사였다. 만화 잡지 시장에 뛰어든 건 이 무렵이 처음이었다. 일본 애니메이션 … 더 읽기

어두운 오락실에서 나란히 앉아 조이스틱을 함께 잡은 두 아이의 뒷모습, 화면에서 퍼져나오는 청록빛 거품 모양 불빛 -- 80년대 셀 애니메이션 스타일 일러스트

버블보블, 오락실에서 유일하게 다투지 않았던 협동 게임

한 대의 기계 앞에 의자 두 개가 나란히 놓여 있었습니다. 왼쪽엔 초록 공룡, 오른쪽엔 파란 공룡. 둘이서 거품을 뿜어 적을 가두고, 동시에 발을 굴러 터뜨리는 순간이면 옆자리 친구와 저절로 손이 맞았습니다. 타이토가 1986년 내놓은 이 게임은 정품 기판이 거의 없던 그 시절 한국 오락실에서도, 복제 기판 하나로 전국 구석구석까지 퍼져나갔습니다. 공룡 두 마리가 오락실에 들어온 … 더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