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트로피와 빈티지 스탠드 마이크, 무대 커튼과 도시 스카이라인이 어우러진 딥틸·골드 네온의 1980년대 시티팝 스타일 일러스트

이선희의 ‘J에게’, 그 강변가요제 밤은 왜 전설이 됐을까

1984년 7월 29일 밤, 남이섬 강변무대. 스무 살 남짓한 여학생이 임성균과 짝을 이룬 ‘4막5장’이라는 이름으로 마이크 앞에 섰다. 노래 제목은 ‘J에게’였다. 그날 제5회 MBC 강변가요제 대상을 받은 이 곡 하나로, 이선희라는 이름이 가요계에 등장했다. 이후 그는 데뷔곡부터 3집까지 잇달아 가요톱10 골든컵을 따내며 1980년대 중후반을 대표하는 여가수로 자리 잡았다. 강변가요제, 그 밤의 무대 대학가요제가 연말에 열리는 … 더 읽기

문방구 진열창 앞에서 표지 없는 만화잡지 더미와 농구공을 바라보는 소년의 뒷모습, 초록빛 조명이 도는 골목 풍경 — 1980~90년대 셀 애니메이션 스타일 일러스트

소년챔프, 슬램덩크 하나로 아이큐점프를 뒤집은 사연

서점 진열대에 낯선 초록 표지 하나가 끼어든 건 1991년 12월이었다. 옆자리엔 이미 자리를 잡은 아이큐점프가 있었다. 애니메이션 제작·수입을 하던 대원동화가 12월 5일 처음 펴낸 주간 만화잡지 소년챔프는, 제호부터 아이큐점프를 정면으로 겨냥한 후발주자였다. 만화 시장에 처음 발 들인 애니메이션 회사 대원동화는 원래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수입하던 회사였다. 만화 잡지 시장에 뛰어든 건 이 무렵이 처음이었다. 일본 애니메이션 … 더 읽기

흙먼지 날리는 운동장에서 국민학교 아이들이 초록색 커다란 공을 함께 밀며 반환점을 도는 장면, 배경에 만국기와 관중 — 1970~80년대 가을 운동회 실사 스타일

공굴리기, 커다란 공 하나에 반 전체가 매달렸던 이유

반환점 팻말 앞에서, 몸통보다 큰 공 하나가 휘청거리며 옆으로 빠지려 했습니다. 앞서 밀던 아이들이 우르르 반대쪽으로 달려가 매달렸고, 공은 잠깐 멈칫하다 다시 엉뚱한 방향으로 굴러갔습니다. 그 몇 초의 우왕좌왕이야말로 공굴리기라는 종목의 진짜 얼굴이었습니다. 공굴리기는 지름 1미터 안팎의 커다란 공을 반 전체가 밀고 굴려 정해진 코스를 돌아오는 국민학교 운동회의 단체 종목이었습니다. 공은 종이나 비닐로 만들어졌고, 승부는 … 더 읽기

시계탑에서 떨어지는 무술가의 역동적인 뒷모습, 청록빛 밤거리와 붉은 포인트의 레트로 잉크화

프로젝트A vs 취권, 성룡이 몸을 던진 두 가지 방식

1984년 여름, 극장 간판에 그려진 시계탑 그림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는 사람들이 있었다. 시계탑 꼭대기에서 그대로 떨어지는 자세 하나만으로 극장 앞은 이미 소란스러웠다. 프로젝트A는 그해 7월 21일 국내 극장에 걸려 39만 명 가까운 관객을 모았고, 정작 홍콩에서는 그 전해 12월 개봉해 1984년 홍콩 흥행 1위에 올랐다. 감독 의자에 앉은 주연배우 포스터 맨 위에는 큼직한 글자로 감독과 … 더 읽기

노을 지는 교정, 빨간 컨버터블 옆에 선 두 남녀 — 1970~80년대 로맨스 잡지풍 유화 일러스트

베벌리힐스의 아이들, 일요일 오후 5시가 유독 설렜던 이유

일요일 오후, 밥상을 물리기도 전에 텔레비전 채널부터 돌리던 손이 있었습니다. 화면 가득 야자수와 수영장, 낯선 색의 사물함이 늘어선 복도가 펼쳐지면 그제야 자리를 잡고 앉았습니다. 미국 FOX에서 1990년 10월 4일 첫 방송된 베벌리힐스의 아이들(원제 Beverly Hills, 90210)은, 국내에서는 MBC를 통해 1990년대 초반 시즌 3까지 일요일 오후 5시 10분에 방영됐습니다. 일요일 오후, 처음 전파를 탄 순간 미네소타에서 … 더 읽기

스튜디오 마이크와 헤드폰, 배경에 빛나는 온에어 조명과 비 내리는 도시 창밖이 새겨진 1980년대 라디오 부스, 네온 시티팝 스타일 일러스트

이문세, 별밤지기 12년이 노래보다 오래 남은 이유

저녁 8시, 라디오 다이얼이 MBC 표준FM에 정확히 맞춰지던 시간이 있었다. “창밖의 별들도 외로워, 노래 부르는 밤” 로고송이 흘러나오면 방 안 공기가 조금 달라졌다고 떠올리는 사람들이 있다. 1985년 4월 8일부터 1996년 12월 2일까지, 12년 가까이 그 마이크를 쥔 사람이 이문세였다. 같은 기간 그는 ‘난 아직 모르잖아요’, ‘사랑이 지나가면’, ‘붉은 노을’, ‘광화문 연가’ 같은 곡을 잇달아 히트시킨 … 더 읽기

어두운 오락실에서 나란히 앉아 조이스틱을 함께 잡은 두 아이의 뒷모습, 화면에서 퍼져나오는 청록빛 거품 모양 불빛 -- 80년대 셀 애니메이션 스타일 일러스트

버블보블, 오락실에서 유일하게 다투지 않았던 협동 게임

한 대의 기계 앞에 의자 두 개가 나란히 놓여 있었습니다. 왼쪽엔 초록 공룡, 오른쪽엔 파란 공룡. 둘이서 거품을 뿜어 적을 가두고, 동시에 발을 굴러 터뜨리는 순간이면 옆자리 친구와 저절로 손이 맞았습니다. 타이토가 1986년 내놓은 이 게임은 정품 기판이 거의 없던 그 시절 한국 오락실에서도, 복제 기판 하나로 전국 구석구석까지 퍼져나갔습니다. 공룡 두 마리가 오락실에 들어온 … 더 읽기

1980년대 자동차 안에서 카폰 수화기로 통화하는 남성, 실사 다큐멘터리 사진 스타일

카폰과 SH-100, 그 시절 이동전화는 어떻게 달랐을까

동네에 자가용을 가진 집은 한 집뿐이었다. 그 집 아버지가 운전석 옆으로 손을 뻗어 뭔가를 들어 올리면, 골목에서 고무줄놀이를 하던 아이들도 하던 걸 멈추고 그쪽을 쳐다봤다. 차 안에 붙박인 검은 상자에서 뽑아낸 수화기, 그게 그 시절 ‘카폰’이었다. 1984년 5월, 한국이동통신서비스(현 SK텔레콤)가 개통한 카폰은 차량에 고정 설치하는 무선전화였다. 단말기값에 설치비와 전신전화채권 구입비까지 더하면 초기 비용이 400만원 안팎, … 더 읽기

밤거리에서 낮은 자세로 웅크린 무술가의 뒷모습 실루엣, 청록빛 골목과 주황빛 등불이 있는 레트로 잉크화

사형도수, 취권보다 먼저 만들고 왜 늦게 걸렸을까

그해 겨울, 취권을 보고 나온 사람들 사이에서 같은 질문이 돌았습니다. “저 배우, 다른 영화는 없나.” 답은 이미 홍콩에 있었습니다. 사형도수(蛇形刀手)는 원화평 감독의 데뷔작으로 성룡·원소전·황정리가 주연을 맡아 1978년 3월 홍콩에서 먼저 걸렸고, 국내에는 취권보다 석 달 가까이 늦은 1979년 12월 21일에야 개봉했습니다. 먼저 찍고 늦게 걸린 영화 순서만 놓고 보면 이상한 일입니다. 사형도수가 취권보다 먼저 만들어진 … 더 읽기

노을 지는 앞마당 계단에 나란히 앉은 두 아이, 옆에는 자전거가 세워진 울타리 — 1970년대 로맨스 잡지풍 유화 일러스트

케빈은 12살, 그 소년의 열두 살은 왜 오래 남았을까

저녁상을 물리고 채널을 KBS2에 맞추면, 노란빛 화면 속에서 웬 아저씨 목소리가 조곤조곤 옛날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그해 나는 열두 살이었다.” 1991년 무렵 한국 안방에 도착한 미국 드라마 케빈은 12살은 그렇게 어른이 된 케빈이 자신의 열두 살을 되짚는 내레이션으로 매회를 열었습니다. 원제 The Wonder Years, 미국 ABC에서 1988년 1월부터 1993년 5월까지 6개 시즌 115부작으로 방영된 작품이었습니다. 슈퍼볼 … 더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