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장 넘는 교복 학생과 황금빛 교문

고교얄개, 하이틴 코미디 붐을 만든 그 시절 교실 풍경

교문 담벼락 너머로 책가방이 먼저 날아갑니다. 그 다음 검은 교복을 입은 남학생이 뒤따라 담을 넘습니다. 선생님이 호루라기를 불며 쫓아오지만 이미 골목 저편입니다. 1977년 초, 이런 장면 하나로 전국 극장가를 들썩이게 한 영화가 있었습니다. 고교얄개는 그해 1월 29일 개봉해 두 주 만에 관객 10만 명을 넘겼고, 최종적으로 25만 8천여 명을 불러모았습니다. 원작 소설에서 극장 간판까지 조흔파라는 … 더 읽기

머리띠 두른 뒷모습과 정글 그림자

람보가 유행시킨 머리띠와 나무칼, 그 시절 골목 풍경

동네 골목 끝, 나무막대 하나를 허리춤에 꽂은 아이가 이마에 헝겊을 질끈 동여매고 있었다. 지나가던 친구들은 짐짓 겁먹은 표정을 지어 보이며 장단을 맞췄다. 여름방학이 끝나갈 무렵의 흔한 풍경이었다. 실베스터 스탤론 주연의 액션영화 람보(원제 First Blood)는 1983년 6월 17일 국내 극장에 걸렸다. 서울에서만 약 28만 명이 이 영화를 보러 갔고, 그 뒤로 몇 년간 이 이름은 아이들 … 더 읽기

노을 진 하늘의 전투기와 항공점퍼 뒷모습

탑건이 유행시킨 항공점퍼 신드롬, 정말 흥행 때문이었을까

문방구 유리 진열장 안에는 플라스틱 전투기 여러 대가 줄지어 놓여 있었다. 날개에 별 마크가 그려진 그 작은 모형을 사려고 100원짜리 동전을 만지작거리던 손, 그 손 주인이 방금 극장에서 나온 참이었다면 십중팔구 톰 크루즈가 조종석에 앉아 있던 영화를 보고 온 것이었다. 탑건은 1986년 미국에서 개봉해 그해 최고 흥행작 자리에 올랐고, 국내에는 1987년 12월에 들어와 서울에서만 28만 … 더 읽기

우뢰매 로봇과 방학 극장가 실루엣

우뢰매, 심형래는 어떻게 그 시절 아이들의 방학을 사로잡았을까

여름방학 첫째 주, 동네 극장 앞에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어른들 손을 잡은 아이들도 있고, 형이나 누나를 따라온 꼬마들도 섞여 있다. 표를 사려고 밀치락달치락하던 그 줄 끝에서, 매표소 위 간판에는 커다랗게 우뢰매 세 글자가 걸려 있었다. 개봉 첫날부터 그 간판 아래는 온통 아이들 목소리로 시끌시끌했다. 1986년 서울동화프로덕션이 제작하고 김청기 감독이 연출한 «외계에서 온 우뢰매»는 개그맨 … 더 읽기

쇼핑몰 조명 기둥을 타고 미끄러지며 유리를 깨는 형사의 뒷모습, 청록빛 실내와 마젠타 네온 포인트의 레트로 잉크화

폴리스 스토리, 쇼핑몰 조명 기둥에서 뛰어내린 성룡의 도박

1988년 7월, 극장 앞에 줄을 선 사람들 사이에서 “이거 몇 년 전에 나온 영화 아니냐”는 말이 오갔다. 성룡이 감독하고 주연한 폴리스 스토리(警察故事)는 홍콩에서 1985년 12월 14일 개봉했지만, 한국에서는 폭력성과 부패 경찰 묘사가 문제 되어 상영이 막혔다가 3년 가까이 지난 그해 여름에야 극장에 걸렸다. 사극 무술영화를 벗어난 성룡 취권의 술 취한 걸음, 사형도수의 뱀 흉내 무술, … 더 읽기

피카디리 극장 간판 앞에 선 관객의 뒷모습과 밤하늘의 두 달, 멀리 광선검을 든 실루엣이 보이는 일러스트

스타워즈, 한국 개봉은 1년 늦고 후속편은 20년 늦은 이유

1978년 6월, 종로 피카디리 극장 매표구 앞으로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습니다. 사람들 손에는 신문 한구석에서 오려낸 광고 조각이나 영화 잡지에서 본 그림 한 장이 들려 있었습니다. 우주선이 나온다는 소문은 진작부터 돌았지만, 정작 스크린으로 확인한 사람은 아직 아무도 없던 참이었습니다. 그 영화가 스타워즈였습니다. 미국에서는 1977년 5월 이미 개봉해 화제를 모았지만, 한국 관객이 극장에서 이 영화를 만난 … 더 읽기

기타 든 청년의 뒷모습과 노을 지는 뒷마당, 레트로 잉크 삽화

라밤바, 짧았던 그의 노래는 어떻게 다시 1위에 올랐을까

1988년 5월 말, 극장 문을 밀고 나온 사람들 몇몇이 리듬을 타듯 어깨를 들썩이며 걸어갔습니다. 방금 본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 흐르던 기타 리프가 아직 귓가에 남아 있었습니다. 그해 5월 28일 세한진흥 수입으로 국내에 걸린 영화 «라밤바». 열일곱 살에 세상을 떠난 멕시코계 미국인 로큰롤 가수 리치 발렌스의 삶을 다룬 이 작품은, 루이스 발데즈가 감독하고 루 다이아몬드 필립스가 … 더 읽기

고대 유적 앞에 선 모험가의 뒷모습과 채찍 실루엣, 횃불 빛이 비치는 삽화

인디아나 존스가 남긴 채찍과 가죽재킷, 그 시절 아이들의 로망이었을까

1982년 2월, 종로 어느 극장 앞. 매표소 유리창 너머로 채찍을 든 남자의 실루엣이 그려진 간판이 걸려 있었습니다. 중절모를 눌러쓰고 어깨에 가방을 멘 그 남자는 지금까지 극장가를 채우던 무협 영웅도, 전쟁 영웅도 아니었습니다. 고고학자였습니다. 그해 2월 27일 국내 개봉한 영화는 «레이더스». 서울 관객 34만 8천여 명을 모으며 흥행에 성공했고, 지금 기준으로 환산하면 전국 300만 명대 흥행에 … 더 읽기

시계탑에서 떨어지는 무술가의 역동적인 뒷모습, 청록빛 밤거리와 붉은 포인트의 레트로 잉크화

프로젝트A vs 취권, 성룡이 몸을 던진 두 가지 방식

1984년 여름, 극장 간판에 그려진 시계탑 그림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는 사람들이 있었다. 시계탑 꼭대기에서 그대로 떨어지는 자세 하나만으로 극장 앞은 이미 소란스러웠다. 프로젝트A는 그해 7월 21일 국내 극장에 걸려 39만 명 가까운 관객을 모았고, 정작 홍콩에서는 그 전해 12월 개봉해 1984년 홍콩 흥행 1위에 올랐다. 감독 의자에 앉은 주연배우 포스터 맨 위에는 큼직한 글자로 감독과 … 더 읽기

밤거리에서 낮은 자세로 웅크린 무술가의 뒷모습 실루엣, 청록빛 골목과 주황빛 등불이 있는 레트로 잉크화

사형도수, 취권보다 먼저 만들고 왜 늦게 걸렸을까

그해 겨울, 취권을 보고 나온 사람들 사이에서 같은 질문이 돌았습니다. “저 배우, 다른 영화는 없나.” 답은 이미 홍콩에 있었습니다. 사형도수(蛇形刀手)는 원화평 감독의 데뷔작으로 성룡·원소전·황정리가 주연을 맡아 1978년 3월 홍콩에서 먼저 걸렸고, 국내에는 취권보다 석 달 가까이 늦은 1979년 12월 21일에야 개봉했습니다. 먼저 찍고 늦게 걸린 영화 순서만 놓고 보면 이상한 일입니다. 사형도수가 취권보다 먼저 만들어진 … 더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