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지는 교정, 빨간 컨버터블 옆에 선 두 남녀 — 1970~80년대 로맨스 잡지풍 유화 일러스트

베벌리힐스의 아이들, 일요일 오후 5시가 유독 설렜던 이유

일요일 오후, 밥상을 물리기도 전에 텔레비전 채널부터 돌리던 손이 있었습니다. 화면 가득 야자수와 수영장, 낯선 색의 사물함이 늘어선 복도가 펼쳐지면 그제야 자리를 잡고 앉았습니다. 미국 FOX에서 1990년 10월 4일 첫 방송된 베벌리힐스의 아이들(원제 Beverly Hills, 90210)은, 국내에서는 MBC를 통해 1990년대 초반 시즌 3까지 일요일 오후 5시 10분에 방영됐습니다. 일요일 오후, 처음 전파를 탄 순간 미네소타에서 … 더 읽기

스튜디오 마이크와 헤드폰, 배경에 빛나는 온에어 조명과 비 내리는 도시 창밖이 새겨진 1980년대 라디오 부스, 네온 시티팝 스타일 일러스트

이문세, 별밤지기 12년이 노래보다 오래 남은 이유

저녁 8시, 라디오 다이얼이 MBC 표준FM에 정확히 맞춰지던 시간이 있었다. “창밖의 별들도 외로워, 노래 부르는 밤” 로고송이 흘러나오면 방 안 공기가 조금 달라졌다고 떠올리는 사람들이 있다. 1985년 4월 8일부터 1996년 12월 2일까지, 12년 가까이 그 마이크를 쥔 사람이 이문세였다. 같은 기간 그는 ‘난 아직 모르잖아요’, ‘사랑이 지나가면’, ‘붉은 노을’, ‘광화문 연가’ 같은 곡을 잇달아 히트시킨 … 더 읽기

어두운 오락실에서 나란히 앉아 조이스틱을 함께 잡은 두 아이의 뒷모습, 화면에서 퍼져나오는 청록빛 거품 모양 불빛 -- 80년대 셀 애니메이션 스타일 일러스트

버블보블, 오락실에서 유일하게 다투지 않았던 협동 게임

한 대의 기계 앞에 의자 두 개가 나란히 놓여 있었습니다. 왼쪽엔 초록 공룡, 오른쪽엔 파란 공룡. 둘이서 거품을 뿜어 적을 가두고, 동시에 발을 굴러 터뜨리는 순간이면 옆자리 친구와 저절로 손이 맞았습니다. 타이토가 1986년 내놓은 이 게임은 정품 기판이 거의 없던 그 시절 한국 오락실에서도, 복제 기판 하나로 전국 구석구석까지 퍼져나갔습니다. 공룡 두 마리가 오락실에 들어온 … 더 읽기

1980년대 자동차 안에서 카폰 수화기로 통화하는 남성, 실사 다큐멘터리 사진 스타일

카폰과 SH-100, 그 시절 이동전화는 어떻게 달랐을까

동네에 자가용을 가진 집은 한 집뿐이었다. 그 집 아버지가 운전석 옆으로 손을 뻗어 뭔가를 들어 올리면, 골목에서 고무줄놀이를 하던 아이들도 하던 걸 멈추고 그쪽을 쳐다봤다. 차 안에 붙박인 검은 상자에서 뽑아낸 수화기, 그게 그 시절 ‘카폰’이었다. 1984년 5월, 한국이동통신서비스(현 SK텔레콤)가 개통한 카폰은 차량에 고정 설치하는 무선전화였다. 단말기값에 설치비와 전신전화채권 구입비까지 더하면 초기 비용이 400만원 안팎, … 더 읽기

밤거리에서 낮은 자세로 웅크린 무술가의 뒷모습 실루엣, 청록빛 골목과 주황빛 등불이 있는 레트로 잉크화

사형도수, 취권보다 먼저 만들고 왜 늦게 걸렸을까

그해 겨울, 취권을 보고 나온 사람들 사이에서 같은 질문이 돌았습니다. “저 배우, 다른 영화는 없나.” 답은 이미 홍콩에 있었습니다. 사형도수(蛇形刀手)는 원화평 감독의 데뷔작으로 성룡·원소전·황정리가 주연을 맡아 1978년 3월 홍콩에서 먼저 걸렸고, 국내에는 취권보다 석 달 가까이 늦은 1979년 12월 21일에야 개봉했습니다. 먼저 찍고 늦게 걸린 영화 순서만 놓고 보면 이상한 일입니다. 사형도수가 취권보다 먼저 만들어진 … 더 읽기

노을 지는 앞마당 계단에 나란히 앉은 두 아이, 옆에는 자전거가 세워진 울타리 — 1970년대 로맨스 잡지풍 유화 일러스트

케빈은 12살, 그 소년의 열두 살은 왜 오래 남았을까

저녁상을 물리고 채널을 KBS2에 맞추면, 노란빛 화면 속에서 웬 아저씨 목소리가 조곤조곤 옛날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그해 나는 열두 살이었다.” 1991년 무렵 한국 안방에 도착한 미국 드라마 케빈은 12살은 그렇게 어른이 된 케빈이 자신의 열두 살을 되짚는 내레이션으로 매회를 열었습니다. 원제 The Wonder Years, 미국 ABC에서 1988년 1월부터 1993년 5월까지 6개 시즌 115부작으로 방영된 작품이었습니다. 슈퍼볼 … 더 읽기

1980년대 한국 골목, 아버지가 웃통을 걷고 소형 승용차를 세차하는 동안 어머니와 두 아이가 옆에서 웃으며 지켜보는 모습 — 따뜻한 필름톤의 실사 사진

포니2, 그 시절 우리 집에도 자동차가 생기던 날

토요일 아침, 골목 어귀에 낯선 차 한 대가 서 있었습니다. 아버지가 그 앞에 서서 담배를 태우며 웃고 있었고, 옆집 아이들이 하나둘 몰려와 차체를 손바닥으로 쓸어보고 있었습니다. 1982년 2월, 현대자동차는 기존 포니의 얼굴을 바꾼 포니2를 내놓았습니다. 첫 판매 가격은 347만 1천 원, 그해 국내 승용차 판매의 67퍼센트를 포니1과 포니2 두 모델이 나눠 가졌습니다. 숫자로만 보면 그저 … 더 읽기

무대 위 마이크 스탠드 앞에 선 여자 가수의 뒷모습 실루엣, 배경에는 자동차 불빛이 궤적을 그리며 흐르는 다리와 마젠타빛 노을 하늘 — 1980년대 네온 시티팝 스타일 일러스트

혜은이, 제3한강교와 감수광이 만든 신드롬의 시절

저녁 골목 다방 스피커에서 노래 한 소절이 흘러나오면, 카운터 앞에 앉아 있던 손님들이 잠깐 고개를 들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당신은 모르실거야 얼마나 사랑했는지.” 그 한 줄에 다방 안 공기가 살짝 바뀌었습니다. 혜은이는 1975년 ‘당신은 모르실거야’로 데뷔해 이듬해부터 폭발적인 반향을 얻었고, 1977년에는 ‘진짜 진짜 좋아해’, 1979년 ‘제3한강교’로 이어지며 1970년대 가요계 정상에 섰습니다. 본명은 김승주, 1954년 제주 출생입니다. … 더 읽기

서점 진열창 앞에서 만화잡지 더미를 살펴보는 소년의 뒷모습, 따뜻한 조명이 비치는 골목 풍경 — 1980~90년대 셀 애니메이션 스타일 일러스트

아이큐점프 전성기, 정말 드래곤볼 하나 때문이었을까

서점 진열대에 매주 정해진 요일이면 낯선 얼굴이 걸렸다. 표지 한가운데 노란 글자로 박힌 제호, 그 아래 그 주 가장 인기 있는 주인공의 그림 한 장. 1988년 12월 8일 서울문화사가 창간한 주간 만화잡지 아이큐점프는 한국 최초로 일본식 주간 소년만화 체제를 들여왔고, 전성기에는 호당 50만 부에서 60만 부 사이로 팔려나갔다고 알려져 있다. 신고제로 바뀌자 쏟아진 잡지들 1987년 … 더 읽기

강당 무대 위에서 색동한복을 입고 쥘부채를 든 아이들이 부채춤을 추는 모습, 배경에 지켜보는 부모님들의 실루엣 — 1970~80년대 학예회·재롱잔치 실사 스타일

부채춤, 학예회 무대 위에서 가장 떨리던 몇 분의 색동

강당 뒤편 커튼 너머로, 색동저고리를 입은 아이가 쥘부채 손잡이를 두 손으로 꼭 쥐고 서 있습니다. 스피커에서 국악 반주가 흘러나오기 시작하면, 담임 선생님이 등을 톡톡 두드리며 순서를 알려줍니다. 커튼이 걷히고 조명이 켜지는 그 몇 초, 무대 아래 가득 찬 학부모석에서는 이미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고 있었습니다. 부채춤은 무용가 김백봉이 1954년 창작해 발표한 신무용 계열 창작무용입니다. 궁중무용과 무속 … 더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