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리는 홍콩 밤거리에서 권총을 든 채 등을 맞대고 선 두 여형사의 실루엣, 네온사인이 청록빛과 붉은빛으로 반사되는 젖은 도로 — 1980년대 홍콩 액션영화 느와르 잉크 코믹 스타일 일러스트

예스마담, 스턴트 없이 직접 싸운 양자경의 데뷔작

극장 스크린 속에서 주먹을 날리는 건 늘 남자들의 몫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달랐습니다. 정장 차림의 여자 형사가 스턴트맨 없이 직접 몸을 던져 싸우는 장면에, 객석 여기저기서 술렁이는 소리가 났습니다. 영화 제목은 예스마담, 원제는 황가사저(皇家師姐)였습니다. 1985년 홍콩에서 만들어져 국내에는 1986년 7월 19일 개봉했습니다. 연출은 원규(코리 유엔 콰이), 제작은 홍금보가 맡았습니다. 원제 황가사저를 그대로 풀면 ‘왕실 소속 … 더 읽기

만화방 서가 앞에서 만화책을 둘러보는 소년의 뒷모습과, 창밖으로 보이는 노을빛 골목 농구대에서 노는 아이들의 실루엣 — 1980~90년대 셀 애니메이션 스타일 일러스트

슬램덩크, 만화방 대여 카드에 이름을 적던 아이들

만화방 문을 밀고 들어가면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건 너덜너덜해진 표지였습니다. 빨간 머리 소년이 공을 든 채 뛰어오르는 그 표지 한 권을 서로 먼저 보겠다고 대여 카드에 이름을 적어두고 순서를 기다리던 아이들이 있었습니다. 학교가 끝나면 골목 어귀 농구 골대 앞에도 어김없이 그 만화 얘기가 오갔습니다. 제목은 슬램덩크. 일본 작가 이노우에 다케히코가 1990년부터 1996년까지 슈에이샤 소년점프에 … 더 읽기

밤 도로에서 손목시계에 대고 말하는 남자의 실루엣과, 빨간 스캐너 불빛을 켜고 다가오는 검은 스포츠카 — 1980년대 로맨스 잡지 유화 스타일 일러스트

전격 Z작전, 손목시계에 대고 키트를 부르던 아이들

손목시계에 대고 낮은 목소리로 이름을 부르면, 저 혼자서 문을 열고 달려오는 검은 자동차. 그 장면 하나로 온 동네 남자아이들의 손목이 분주해졌습니다. 시계도 아닌 걸 손목에 차고 다니며 입을 갖다 대고 “키트, 이리 와”를 속삭이던 아이들이 한둘이 아니었습니다. 제목은 전격 Z작전. 원제는 나이트 라이더(Knight Rider)로, 미국 NBC에서 1982년 9월부터 1986년 4월까지 4개 시즌 90회에 걸쳐 방영된 … 더 읽기

백화점 쇼윈도 너머로 우아하게 서 있는 여성 마네킹을 바라보는 남자의 뒷모습, 따뜻한 조명과 도시 야경 반사 — 1980년대 로맨스 무드의 느와르 코믹 스타일 일러스트

마네킹, 그 시절 남학생들은 왜 킴 캐트럴에 빠졌을까

백화점 쇼윈도 안, 마네킹 하나가 조용히 눈을 떴습니다. 인형처럼 서 있던 그 얼굴에 표정이 스치는 순간, 스크린 앞에 앉아있던 중고생들의 눈도 함께 커졌습니다. 고대 이집트에서 건너온 영혼이 마네킹의 몸을 빌려 되살아난다는, 그때까지 본 적 없는 설정이었습니다. 영화 제목은 ‘마네킹’. 1987년 2월 미국에서 개봉해 그해 국내 극장에도 걸린 로맨틱 코미디였습니다. 제작비는 790만 달러 안팎으로 크지 않았지만, … 더 읽기

짲으로 꿀 동채를 들고 색동 한복과 갓을 쓴 대장 두 명을 어깨 위로 태운 아이들, 뒤로 만국기 언덕과 학교 건물 — 1980년대 국민학교 가을운동회 차전놀이 실사 스타일

국민학교 운동회 차전놀이, 동채가 기울던 순간의 함성

운동장 한복판, 굵은 나무 기둥 두 개가 서로를 향해 밀려들었습니다. 그 위에 올라탄 대장의 몸이 휘청거릴 때마다 운동장을 둘러싼 아이들의 함성이 한층 커졌습니다. 흙먼지 사이로 청군과 백군의 깃발이 나부끼던 가을 오후였습니다. 평소엔 조용하던 운동장이 그날만큼은 마을 전체가 모인 것처럼 시끌벅적했습니다.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행진곡, 확성기를 든 선생님의 목소리, 그리고 그 사이를 뚫고 나오는 아이들의 함성까지 뒤섞이면 … 더 읽기

비 내리는 밤 거리에 서 있는 갑옷 차림 로보캅의 실루엣, 가슴에 빨간 경고등 빛, 청록빛 네온간판 거리 배경 — 1980년대 느와르 코믹 스타일 일러스트

로보캅은 왜 국내 극장에서 13분이 잘려나갔을까

1987년 12월, 한 해가 저물어가던 겨울 극장가에 은빛 갑옷을 입은 경찰이 걸어 들어왔습니다. 총알을 맞아도 쓰러지지 않고, 표정도 거의 없이 범죄자를 쫓는 그 모습은 3년 전 극장을 휩쓸고 간 로봇과는 또 다른 종류의 위압감을 풍겼습니다. 은색 갑옷 위로 스치는 조명 하나에도 극장 안이 술렁였습니다. 같은 로봇이라도 사이보그와는 결이 달랐습니다. 뼈대가 그대로 드러나는 기계가 아니라, 매끈한 … 더 읽기

미러볼 조명이 비추는 1980년대 롤러스케이트장 내부, 줄지어 놓인 롤러스케이트와 반들거리는 마루바닥

80년대 롤러장, 미러볼 아래서 바퀴를 타던 토요일 오후

미러볼이 돌아가고, 스피커에서 낯선 나라 말로 된 노래가 쿵쿵 울리면 신발을 벗고 롤러스케이트 끈을 조였습니다. 바닥은 반들반들했고, 두 바퀴씩 달린 네 개의 롤러가 마룻바닥을 스치는 소리만으로도 벌써 신이 났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부터 이미 바깥세상과는 다른 공기가 흘렀습니다. 롤러장. 지금 기준으로 보면 그냥 실내 스케이트장인데, 그 시절 십 대에게는 마을 하나에 몇 없던 어른 없는 … 더 읽기

밤 창밖을 바라보는 소년과 오락실 게임기 불빛, 만화책 더미가 비친 은하철도 창가 — 복고품 봐대 애니메이션 스타일 일러스트

은하철도999, 일요일 아침을 기다리게 한 검은 기관차

일요일 아침 8시, 늦잠도 마다하고 이불 밖으로 기어 나오게 만드는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채널을 돌리면 나오는 건 검은 우주를 가르는 은빛 증기기관차 한 대, 그리고 그 안에 탄 소년과 금발의 여인이었습니다. 다른 요일엔 늦잠을 자던 아이도 이날만큼은 스스로 눈을 떴습니다. 은하철도999. 1982년 1월, MBC가 매주 일요일 아침 두 편씩 묶어 내보내기 시작한 이 만화영화는, 평일 등교 … 더 읽기

붉은 사이보그 눈빛이 빛나는 가죽재킷 차림 남자의 뒤모습, 어두운 공장 배경 — 1980년대 느와르 코믹 스타일 일러스트

터미네이터, 그 겨울 우리는 왜 가죽재킷에 선글라스를 썼을까

1984년 12월, 한 해를 마무리하던 그 겨울 극장가에 낯선 영화 한 편이 걸렸습니다. 뼈대만 남은 얼굴에 눈이 붉게 빛나는 로봇이 미래에서 온다는 이야기였는데, 그때까지 본 어떤 SF 영화와도 결이 달랐습니다. 포스터 한 장만으로도 뭔가 심상치 않은 영화라는 인상을 풍겼습니다. 영화 제목은 ‘터미네이터’. 미국에서 개봉한 지 두 달 만에 국내에도 걸린, 오리온 픽처스 배급작이었습니다. 대작으로 홍보되지도, … 더 읽기

범 코트 차림 여성이 어두운 골목에서 카메라를 들고 있는 뒤모습, 멀리 보이는 창문 불빛 — 스파이 로맨스 분위기의 유화 일러스트

특수공작원 아이언맨과 보니 타일러, 하나의 노래로 이어진 그 시절

일요일 오후 5시 50분, 저녁 준비하는 소리가 부엌에서 들려올 즈음이면 텔레비전 앞에 낯익은 전주가 흘렀습니다. 카메라를 든 여자와 트렌치코트 차림의 남자가 어두운 골목을 걷는 장면 위로,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은 팝송이 깔렸습니다. 그 드라마 제목은 ‘특수공작원 아이언맨’이었습니다. MBC가 일요일 오후 더빙 외화로 편성한 작품인데, 성우 박기량이 남자 주인공의 목소리를 맡았습니다. 원제는 ‘커버 업’, 제목은 왜 … 더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