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전파상 진열장의 컬러TV

국내 최초 컬러TV, 삼성이 아니라 아남산업이었던 이유

전파상 진열장 앞을 지나다 걸음을 멈춘 적이 있을 것이다. 흑백 화면 사이로 유독 색깔이 도는 텔레비전 한 대, 그 위에 붙은 낯선 이름표 “한국내쇼날”. 삼성도 금성도 아닌 그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은 이제 많지 않다. 국내 최초의 컬러TV는 1974년 1월, 아남산업이 일본 마쓰시타전기와 합작해 만든 합작사 한국내쇼날에서 생산한 CT-201이다. 흔히 삼성전자가 최초라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 기록은 … 더 읽기

노을 진 하늘의 전투기와 항공점퍼 뒷모습

탑건이 유행시킨 항공점퍼 신드롬, 정말 흥행 때문이었을까

문방구 유리 진열장 안에는 플라스틱 전투기 여러 대가 줄지어 놓여 있었다. 날개에 별 마크가 그려진 그 작은 모형을 사려고 100원짜리 동전을 만지작거리던 손, 그 손 주인이 방금 극장에서 나온 참이었다면 십중팔구 톰 크루즈가 조종석에 앉아 있던 영화를 보고 온 것이었다. 탑건은 1986년 미국에서 개봉해 그해 최고 흥행작 자리에 올랐고, 국내에는 1987년 12월에 들어와 서울에서만 28만 … 더 읽기

박치기왕 김일, 레슬링 링 위 실루엣

김일, 박치기 한 방에 온 동네가 흑백텔레비전 앞으로 몰려들었다

토요일 저녁, 저녁 뉴스가 끝나갈 무렵이면 골목 끝 만화가게 앞이 먼저 웅성거렸다. 텔레비전이 있는 집 마당까지 사람들이 밀려들어 마루 밑에 쪼그려 앉고, 담장 너머로 고개만 내민 이웃도 화면 하나를 함께 봤다. 그 화면 한가운데 있던 사람이 김일이었다. 1929년 전남 고흥에서 태어난 그는 1963년부터 박치기를 필살기로 극동헤비급·아시아헤비급·WWA 세계헤비급 챔피언에 올랐고, 1960~70년대 한국 프로레슬링을 대표하는 얼굴이 됐다. … 더 읽기

윤수일 아파트 네온 시티팝 스타일 대표이미지

윤수일 아파트, 10분 만에 완성된 그 시절 노래 한 곡

밤 열 시, 아파트 단지 놀이터 옆 평상에 라디오를 올려놓고 주파수를 맞추던 손이 있었다. 스피커에서 낯선 기타 전주가 흘러나오기 시작한 게 1982년 여름 어디쯤이었을 것이다. 그 노래가 바로 윤수일의 ‘아파트’였다. 윤수일이 직접 작사·작곡한 아파트는 1982년 6월 30일 발매된 《윤수일 BAND 2집》의 타이틀곡으로, 4분 6초 길이의 록 넘버다. 별빛이 흐르는 다리를 건너는 첫 소절과 투박한 기타 … 더 읽기

소년중앙 잡지와 완구 부록이 있는 그 시절 풍경

소년중앙, 부록 하나로 온 동네 아이들을 설레게 한 그 시절

학교 앞 서점 유리문을 밀고 들어서면, 계산대 옆 나무 진열대에 두툼한 책 하나가 다른 책들보다 먼저 눈에 들어왔다. 표지 색이 유독 산뜻했고, 옆구리가 두꺼웠다. 그 두께의 절반은 본책이 아니라 부록이었다. 소년중앙은 1969년 1월 중앙일보사가 창간해 1994년 9월까지 매달 나온 어린이 월간지로, 새소년·어깨동무와 함께 그 시절 3대 어린이 잡지로 불렸다. 표지를 넘기기도 전에 옆구리부터 확인하는 아이들이 … 더 읽기

탑로딩 비디오카세트리코더와 테이프

VCR 뚜껑을 열던 손끝, 명절날 그 집이 부러웠던 이유

명절 아침, 큰집 마루 한쪽에 놓인 네모난 상자 하나가 온 사촌들의 눈길을 붙잡았습니다. 어른들이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아이들은 그 상자 위 뚜껑을 만지작거리며 순서를 기다렸습니다. 국내 최초의 가정용 VCR은 삼성전자가 1980년 내놓은 SV-7700, 국내 최초의 전자식 VCR은 금성사가 1981년 선보인 GHV-8100이었습니다. 이 상자 하나가 명절날 그 집을 온 동네에서 가장 부러운 집으로 만들었습니다. 그 … 더 읽기

빨간 그란 토리노와 골목

스타스키와 허치, 그 빨간 그란 토리노를 기억하시나요

골목 어귀에 세워둔 자전거를 형사차라 우기며, 손가락으로 총 모양을 만들어 친구를 겨누던 늦은 오후가 있었습니다. 텔레비전 안에서는 빨간 줄무늬가 그어진 자동차 한 대가 방금 막 사이렌도 없이 골목을 빠져나갔습니다. 스타스키와 허치는 1975년부터 1979년까지 미국 ABC에서 방영된 형사 드라마로, 국내에서는 KBS 2TV를 통해 더빙 방영되며 인기를 끌었습니다. 더빙판이 안방에 들어온 순간 양지운과 배한성. 이 두 이름이 … 더 읽기

최백호 낭만의 밤 다방 풍경

최백호 ‘낭만에 대하여’, 나이 들수록 사무치는 이유

경양식집 스피커에서 낮고 허스키한 목소리가 흘러나오면, 돈가스를 썰던 손이 잠깐 멈추곤 했습니다.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최백호. 1950년 부산에서 태어나 1976년 제대 뒤 부산 음악살롱 무대를 전전하다, 가수 하수영의 눈에 띄어 이듬해 ‘내 마음 갈 곳을 잃어’로 이름을 알렸습니다. 그날의 저음은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부르는 노래가 늘었을 뿐입니다. 라디오 볼륨을 낮게 틀어놓은 자취방, 스피커 … 더 읽기

노을 골목을 달리는 실루엣

달려라 하니, 88올림픽 앞에서 국산 애니메이션은 왜 육상을 택했을까

토요일 저녁 여덟 시가 가까워지면 골목 평상마루로 아이들이 하나둘 모여들었습니다. 마당 한쪽에 놓인 텔레비전 앞자리를 서로 차지하려고 실랑이를 벌이다가도, 화면이 켜지는 순간만큼은 다들 조용해졌습니다. 채널은 이미 2번에 맞춰져 있었습니다. 달려라 하니는 1988년 8월 15일부터 그해 11월 20일까지 KBS 2TV에서 방영된 13부작 애니메이션으로, 국내에서 처음으로 정규 편성돼 방송된 국산 TV 애니메이션 시리즈라는 기록을 남겼습니다. 보물섬 표지 … 더 읽기

이어폰 한쪽씩을 나눠 낀 두 사람이 골목을 걷는 1980년대 워크맨 장면

워크맨 가진 아이와 없는 아이, 그 시절 교실 풍경은 어떻게 갈렸을까

버스 맨 뒷자리, 창문에 머리를 기댄 남학생 둘이 이어폰 한쪽씩을 나눠 낀 채 눈을 감고 있다. 한 명의 허리춤에는 은색 워크맨이 매달려 있고, 이어폰 줄은 목을 타고 내려와 가방끈에 칭칭 감겨 있다. 소니가 1979년 7월 일본에서 처음 내놓은 워크맨은 이후 10년 안에 삼성 마이마이, 아이와, 파나소닉 같은 이름과 함께 한국 교실과 버스 안 풍경을 통째로 … 더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