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질녘 골목길을 달리는 남자의 옆모습, 한쪽 눈에서 붉은빛이 감돌고 잔상이 남는 슬로우모션 장면 — 1970년대 로맨스 잡지 표지풍 유화 일러스트

6백만불의 사나이, 그 슬로우모션 효과음을 따라 하다 다치던 아이들

골목 옥상 난간 앞에서 한 아이가 자세를 잡습니다. 입으로는 “뚜뚜뚜뚜뚜뚜” 소리를 내며, 도약 자세로 몇 초를 버티다 뛰어내립니다. 6백만불의 사나이가 동양방송(TBC) 전파를 타던 그 시절, 골목마다 이런 장면이 드물지 않았습니다. 공사장 크레인을 맨손으로 들던 장면 이 드라마에서 가장 자주 반복된 장면 중 하나는 무거운 물체를 맨손으로 들어 올리는 순간이었습니다. 자동차, 바위, 심지어 작은 건설 장비까지 … 더 읽기

네온 무대 조명 아래 마이크를 잡고 선 남자 가수의 실루엣, 뒤로 밴드의 기타와 드럼 연주자, 앞에서 손을 뻗은 관객들 실루엣이 보이는 1980년대 콘서트 일러스트

조용필, 금지곡 시절을 딛고 돌아온 창밖의 여자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기타 전주 몇 소절만 들어도, 다음에 이어질 목소리가 누구인지 짐작이 갔던 시절이 있습니다. 1980년, 조용필은 대마초 파동으로 묶여 있던 활동 금지에서 풀려나 ‘창밖의 여자’로 돌아왔고, 그해 가요계를 통째로 흔들어놓았습니다. 불과 몇 해 전만 해도 방송에 나올 수 없던 가수였습니다. 그 짧은 공백과 뒤이은 폭발적인 복귀 사이의 낙차가, 지금 돌이켜봐도 유독 극적입니다. 무명 밴드 … 더 읽기

저녁 무렵 뒷골목을 질주하는 검은 밴과 폭발 화염, 임시 작업장에서 무기를 만드는 특공대원들의 실루엣 — 1980년대 유화풍 일러스트

A특공대, 고철 몇 개로 탱크를 만들어내던 월요일 밤

월요일 밤 열 시, 검은색과 회색이 섞인 밴 한 대가 폭발음과 함께 화면을 가로지릅니다. 총알이 빗발치듯 사방으로 날아다니는데도 이상하게 아무도 다치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그 묘한 긴장감에, 온 가족이 텔레비전 앞에 모여 앉았습니다. 제목은 A특공대. 원제 The A-Team은 미국 NBC에서 1983년부터 방영된 액션 드라마로, 국내에는 KBS 2TV를 통해 1987년 1월 26일부터 1988년 … 더 읽기

만화방 서가 사이 방석 위에 앉아 만화책을 읽는 소년의 뒷모습, 주변에 쌓인 만화책 더미 — 1980년대 셀 애니메이션 스타일 일러스트

고우영 삼국지, 만화방에서 만난 가장 파격적인 영웅들

만화방 구석 자리, 너덜너덜해진 신문 스크랩 뭉치 같은 만화책 한 권을 펼쳐 든 순간 웃음이 터졌습니다. 근엄해야 할 관우가 능청스러운 농담을 던지고, 조조는 얄미울 만큼 노회한 표정을 짓고 있었습니다. 그림체부터가 근엄한 위인전 삽화와는 완전히 딴판이었습니다. 교과서에서 배운 삼국지와는 완전히 다른 얼굴이었습니다. 제목은 고우영 삼국지. 만화가 고우영이 일간스포츠 신문에 1978년부터 1980년까지 연재한 작품으로, 신문 판매 부수를 … 더 읽기

흙먼지 운동장에서 흰 체육복을 입은 아이들이 줄을 맞춰 서서 공중으로 곤봉을 들고 동작을 맞추는 거대한 대형 모습, 배경에 만국기와 학교 건물 — 1980년대 국민학교 가을 운동회 실사 스타일

곤봉체조, 수백 명이 하나처럼 움직이던 운동장의 순간

운동장 바닥에 그어진 하얀 선 위, 아이들이 줄지어 서서 신호를 기다립니다. 양손에는 짧은 나무 곤봉을 하나씩 아주 단단히 쥐고 있습니다. 확성기에서 음악이 흘러나오는 바로 그 순간, 수백 명이 일제히 동시에 팔을 뻗고 곤봉을 돌리기 시작합니다. 한 명이라도 박자를 놓치면 전체 대형이 순식간에 흐트러지는, 그야말로 숨죽인 긴장의 시간이었습니다. 이 종목의 이름은 곤봉체조. 가을 운동회마다 여러 학년이 … 더 읽기

노을 진 서부 벌판을 말을 타고 멀어져가는 카우보이의 뒷모습 실루엣 — 1970~80년대 영화잡지 인쇄 삽화 스타일 일러스트

셰인, 노을 진 산등성으로 사라진 카우보이의 뒷모습

저물녘 노을을 등지고 말 한 마리가 천천히 멀어져 갑니다. 그 뒤를 따라 소년이 목이 터져라 이름을 부르지만, 사나이는 뒤돌아보지 않은 채 산 너머로 사라집니다. 명화극장 브라운관 앞에 앉아있던 사람들도 그 소년처럼 화면을 향해 손을 뻗고 싶었을 장면이었습니다. 영화 제목은 셰인. 1953년 파라마운트에서 제작한 이 서부극은 국내에 1956년 11월 2일 단성사를 통해 처음 소개됐고, 이후 MBC(1984년 … 더 읽기

협곡 사이를 낮게 날아가는 검은색 공격헬기와 노을빛 하늘 — 1980년대 로맨스 잡지 유화 스타일 일러스트

출동! 에어울프, 토요일 오후 5시를 휘어잡던 검은 헬기

토요일 오후, 스피커에서 낮게 울리는 로터 소리와 함께 웅장한 신시사이저 선율이 흘러나오면 온 집안 아이들이 만사를 제쳐두고 텔레비전 앞으로 뛰어왔습니다. 검은 헬리콥터 한 대가 협곡 사이를 낮게 스치듯 날아가는 그 오프닝 장면, 그것 하나만으로도 이미 마음의 절반은 넘어간 셈이었습니다. 제목은 출동! 에어울프. 원제 Airwolf는 미국 CBS에서 1984년부터 방영된 액션 드라마로, 국내에는 MBC를 통해 1985년 10월 … 더 읽기

반짝이는 미러볼과 네온 조명 아래 춤추는 사람들의 실루엣과 회전하는 턴테이블 — 1980년대 네온 시티팝 스타일 일러스트

보니엠, 경양식집 스피커를 타고 흘러나오던 낯선 후렴구

경양식집 스피커에서 낯선 언어의 흥겨운 후렴구가 흘러나왔습니다. 무슨 뜻인지 몰라도 그 경쾌한 리듬만큼은 몸이 먼저 알아서 반응했습니다. 디스코텍 조명 아래에서도, 라디오 심야 프로그램 전파를 타고서도, 비슷한 시기에 유독 자주 들리던 그 목소리들이 있었습니다. 그룹의 이름은 보니엠. 1976년 독일에서 결성된 이 혼성 그룹은 몇 년 사이 세계 곳곳의 디스코텍을 점령했고, 그 여파는 한국의 음악다방과 나이트클럽까지 고스란히 … 더 읽기

어두운 오락실에서 조이스틱을 잡고 오락기 화면을 바라보는 소년의 뒷모습과, 그 뒤를 묵묵히 지켜보는 아이들의 실루엣 — 1980년대 셀 애니메이션 스타일 일러스트

갤러그, 백원짜리 동전으로 사던 오락실의 오후

문방구 옆 좁은 계단을 내려가면 담배 연기와 기계음이 뒤섞인 공간이 나왔습니다. 동전 부딪히는 소리, 화면 속 벌레떼가 쏟아지는 효과음, 그리고 순서를 기다리며 기계 위에 백원짜리를 쌓아두는 아이들. 그 한가운데에서도 가장 많은 아이들을 몰고 다니던 화면이 하나 있었습니다. 게임 이름은 갤러그. 일본 남코가 1981년 9월 내놓은 이 슈팅 게임은 이듬해인 1982년 한국 오락실에 상륙하자마자 순식간에 화면을 … 더 읽기

만국기 걸린 흙먼지 운동장에서 아이 넷이 말이 되어 웅크리고 그 위에 올라탄 기수가 상대편을 향해 손을 뻗는 기마전 경기 장면 — 1980년대 국민학교 가을 운동회 실사 스타일

국민학교 운동회 기마전, 모자가 벗겨지던 순간의 함성

세 명이 다리를 얽어 만든 말 위에, 한 아이가 목말을 타고 올라섰습니다. 반대편에서 똑같은 모양의 팀이 흙먼지를 일으키며 다가왔습니다. 순간 두 기수의 손이 뒤엉켰고, 한쪽 모자가 하늘로 튕겨 나가자 운동장 전체가 함성으로 뒤덮였습니다. 이 종목의 이름은 기마전. 국민학교 가을 운동회마다 어김없이 등장하던 프로그램이었고, 아이들이 다른 어떤 순서보다 목을 빼고 기다리던 시간이었습니다. 몇 초 만에 승부가 … 더 읽기